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인터뷰
29일 심포니 송과 협연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연주
"실수 없다면 피아노 연주도 인간관계도 매력 없겠죠"
영국 음악가 스티븐 허프(58)는 하나의 직업으로 설명할 수 없다.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 작곡가, 교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소설 '최후의 피정'을 펴낸 데 이어 올해는 에세이집 '거친 생각들'을 출간했다.

그런 허프가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함신익 지휘자가 이끄는 '심포니 송'과 협연한다.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심포니 송 리허설룸에서 만난 허프는 "한국은 어느 곳보다 음악적인 나라여서 자꾸 찾게 된다"고 말했다.

허프는 2010년 함신익 지휘자가 KBS교향악단 상임 지휘자로 취임할 당시 협연자로 초청받았다.

9년 만에 합을 맞추는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곡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다.

그는 브람스가 모든 악장을 천재적으로 연결했다면서 "4악장에 이르면 음표들이 순하고 깨끗하게,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사라져버린다"고 했다.

허프는 학구적인 성품과 섬세한 성격이 보여주듯 투명하고 명징한 연주가 특징이다.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저마다 큰 소리만 내면 소음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소리가 어울릴 수 있는 층위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출간한 '러프 아이디어'에 피아노 페달 밟는 법과 관련해서만 4개 챕터를 할애했다"며 "피아노 페달은 한국 요리에서 마늘이 차지하는 위치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1983년 뉴욕 나움부르크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떨친 허프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권위 있는 클래식 음반상인 그라모폰 상을 7차례나 수상했으며 2008년에는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담은 음반으로 그라모폰의 골든 디스크 상을 받았다.

영국 왕립음악원 객원 교수와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대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실패와 멀어 보이는 커리어를 가졌으면서도 그는 '실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모가 너무 완벽하면 오히려 매력적이지 않잖아요.

따지고 보면 실수란 연주자가 청중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과정이 아닐까 해요.

아주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실패한다면, 그건 아름다운 일이에요.

하지만 실수할 생각 없이 낮은 목표만 추구한다면 관객 마음에 와닿을 수 없겠죠. 연주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방어적으로만 하면 안 돼요.

"
오는 29일 2천600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티켓은 거의 다 팔렸다.

허프는 "놀라운 일이다.

유럽에서는 쉽지 않다"라며 "유럽에서 태동한 클래식 음악이 한국에서 생존하고 있다"고 감탄했다.

"음악은 우리가 보다 인간적으로 살도록 도와줍니다.

언어는 가끔 진의를 왜곡하고 오해를 빚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죠. 원수 앞에서도 연주될 수 있고, 언어장벽을 초월하는 힘이 있습니다.

제 연주가 울려 퍼질 50분간, 브람스 작품이 모든 사람을 끌어안길 바랍니다.

"
"실수 없다면 피아노 연주도 인간관계도 매력 없겠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