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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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새벽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사실을 일본이 한국보다 26분 가량 먼저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지를 발표한 직후 발생한 북한의 도발에 일본이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독자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25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이 전날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한 것은 오전 7시 10분이었다. 북한이 첫 발사체를 쏘아 올린 지 26분 가량 지난 뒤였지만, 한국 합참 발표(오전 7시 36분)보다는 26분이나 빨랐다. 합참 발표 시간은 일본 언론의 첫 보도시간(오전 7시24분)에 비해서도 12분 늦었다.

북한은 지난 24일 오전 6시 44~45분과 오전 7시 1~2분께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2차례에 걸쳐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이처럼 일본 측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신속하게 발표한 것은 지소미아 파기결정 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7월 25일 이후 북한이 6차례에 걸쳐 미사일 발사를 반복할 때마다 한국 측이 먼저 발표한 뒤 일본 측 발표가 나왔었다.

이번에 일본의 발표가 빨랐던 것은 북한의 발사 가능성을 예상하고 이에 치밀하게 대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만반의 태세를 취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당국이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함을 통해 얻은 독자 정보를 중심으로 분석해 판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이날 북한이 ‘새로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라고 발표한 발사체를 ‘탄도 미사일’이라고 일찌감치 단정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전 6차례 발사에서 일본은 비행하는 물체라는 뜻의 ‘비상체’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탄도 미사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북안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신속한 대응에 나선 배경으로는 지소미아 파기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독자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지구 곡률 특성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 초기 정보는 한국이 빨리 파악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리적 단점을 상쇄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한국 측에 일본의 정보력을 확인시켜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환기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