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아들이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손인 동윤씨(26)가 한국투자증권 지점에서 신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외부에서 경력을 쌓은 뒤 간부나 임원급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하는 다른 경영 후계자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윤씨는 이날 발표된 한국투자증권 인사에서 강북센터지점으로 발령받았다. 영국 워릭대를 나온 동윤씨는 지난 4월 해외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지원해 합격했다. 신입사원 연수를 마친 뒤 이날 첫 근무지를 배정받았다.

동윤씨의 면접에 김 부회장은 불참했다는 후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임원은 “김 부회장은 신입이나 경력사원을 뽑는 최종 면접에 ‘필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김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면접장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 있었는데, 그날이 동윤씨의 최종면접이었다”고 전했다. “김 부회장을 제외한 다른 임원들이 점수를 매겨 동윤씨의 당락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3세인 동윤씨가 지점 발령을 받은 배경을 두고 부친과 비슷한 경력을 밟고 있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한국투자금융지주 오너인 김 부회장은 동원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1991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명동지점에 대리로 발령받았다. 김 부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 대학 졸업자가 지점으로 발령나는 사례가 흔하진 않다”며 “바닥부터 익혀야 한다는 김 부회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