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와 음향 등 만능 재주꾼인 그는 광대패가 당대 최고 권력자 한명회로부터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받자 장기를 발휘한다.
21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슬기는 "광대패의 유일한 여자이지만, 중심적인 역할이라 좋았다"고 근덕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제가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예쁘고 소모적인 여자 캐릭터는 연기하기도 어렵고 매력을 잘 못 느껴요.
성격적으로 돋보이는 인물들에게 더 끌려요.
작품 자체도 코미디는 아니지만 제가 마음껏 망가지고 웃길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좋았어요.
" 끼가 많은 김슬기는 재주꾼 근덕에 어울리는 배우였다.
"감독님은 근덕이 단단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했어요.
변신이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어울렸다고 그러셨는데, 제가 말하려니 부끄럽네요.
(웃음)"
재주가 많은 인물을 연기하면서 큰 재미도 느꼈다.
"제가 부처로 분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기대했었어요.
근덕이 부처도 됐다가 문수동자, 무당, 음향감독 등 여러 역할을 하는 신통방통한 인물이어서 변화하는 재미가 있었죠." 2011년 tvN 'SNL 코리아'에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려 이후에도 밝고 코믹한 역할로 대중에 각인된 김슬기지만, 그는 자신이 "재미없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그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보여준 진지하고 조용한 반전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는 일은 좋아했어요.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죠. 그런데 제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죠. 대본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고, 그래서 희극 연기를 하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제가 항상 밝은 역할에 끌려요.
밝은 역할을 하면 제 실제 모습도 밝아지는 것 같거든요.
그럼 연기도 일상도 함께 재밌어져요.
" 그는 "진지한 모습과 활달한 모습 모두 내 안에 있다"며 "낯을 가려서 진지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NL 코리아'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강렬했던 까닭에, 초반에는 그를 코미디언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김슬기는 "지금은 많은 분이 배우라고 생각해주신다"며 "그래서 차근차근 잘 해 왔다고 생각한다.
어떤 예술 작품들은 기괴하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불편한 작품이 아름다운 그림보다 관객의 마음에 훨씬 더 크게 와닿는다. ‘충격 요법’으로 감각을 깨워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열어주기 때문이다.프랑스 출신 작가 피에르 위그(63)는 이 같은 충격적이고 기이한 작품을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드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카셀 도쿠멘타에 단골로 참가하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밥 먹듯 개인전을 여는 게 그 증거다. 지난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전시는 여러 해외 매체에서 ‘2024년 최고의 전시’로 꼽히며 찬사를 받았다.그 전시에 나왔던 작품들을 지금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위그의 개인전 ‘리미널’(경계)에서 볼 수 있다. 베네치아 피노컬렉션 미술관과 리움미술관 등이 공동 기획한 신작 등 최근 10여 년간의 주요작 12점이 나왔다. 그의 개인전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거장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명화는 좋아하지만 현대미술은 싫다’는 사람이 많다. 별것 아닌 작품을 장황한 이론과 설명으로 포장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리미널’은 이런 생각을 바꿀 만한 전시다. 배경지식이나 이론을 몰라도,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눈앞에서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전시는 미술관의 블랙박스 공간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관객은 자기 발조차 볼 수 없는 어둠에 압도당한다. 그렇게 잠시 걷다 보면 대형 영상 작품 ‘리미널’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기괴하게 움직이는 나체의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lsquo
오페라 가수 요나스 카우프만이 10년 만에 내한했다. 그는 모차르트로 대표되는 독일어 오페라 징슈필, 푸치니와 베르디의 이탈리안 오페라, 비제와 구노의 프렌치 오페라, 성악가들의 커리어 마지막 종착지인 바그너 오페라까지 섭렵해 세계 최고 테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지난 4일 카우프만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의 리더아벤트(리트독창회)가 열린 롯데콘서트홀 객석엔 빈자리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카우프만은 2015년 첫 내한 콘서트 때 서른 번의 커튼콜을 받을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이날 카우프만은 관객들의 환호 속에 흰 보타이를 맨 정갈한 연미복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첫 곡은 슈만의 ‘12개의 가곡’ 중 제3곡 ‘방랑의 노래’였다. 독일에서 온 가객(歌客)은 “자~아직 취기가 남아 있을 때 떠나자”라는 가사로 시작한 방랑가를 목이 덜 풀린 듯한 음색으로 노래했다. 제10곡 ‘고요한 눈물’에서 카우프만은 과장하지 않은 발성으로 목을 풀듯, op.25 ‘미르테 꽃’ 제1곡 ‘헌정’을 부를 때는 미동 없는 자세로 자신이 낼 수 있는 소리의 반만 들려주듯 각각 노래한 후 퇴장했다.두 번째 무대에서 몸이 풀린 듯한 카우프만은 리스트의 가곡 여섯 곡을 불렀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를 부를 때 그는 소리를 바깥으로 울려내기보다 몸 안 호흡의 압력만으로 음을 밀어내듯 노래했다. 3절에서 마이너풍으로 전개된 음악이 다시 희망을 찾은 후 외치듯 부른 가사 “O Gott”(독일어로 ‘오 신이시여’라는 뜻)의 고음은 이날 그가 들려준 첫 메조 포르테(mf) 음량 표현이었다.2부에서 카우프만은 브람스의 op.63 &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끊임없이 음악을 연구해 ‘건반 위의 구도자’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 음반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발매했다.유니버설뮤직은 백건우의 모차르트 3부작 중 마지막 음반인 ‘백건우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3’(사진)을 5일 발매했다. 이 음반사는 지난해 5월과 11월 이 3부작의 첫 번째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을 각각 선보였다. 이번 세 번째 앨범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중 감정선이 가장 복잡하다고 평가받는 환상곡 C단조를 비롯해 독일 무곡 6개,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 작은 장례식 행진곡, 론도 A단조 등을 담았다. 론도 A단조는 백건우가 지난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만난 모차르트 작품”으로 언급한 곡이기도 하다.앨범 표지에는 모차르트 음악 해석의 열쇠를 아이다운 순수함에서 찾으려는 백건우의 바람이 반영됐다. 음반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번 3부작 앨범의 표지 그림을 공모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 3학년생인 이진형 군의 그림이 선정됐다. 백건우의 웃는 얼굴, 아래를 응시한 채 우수에 젖은 얼굴, 손가락을 얼굴에 올린 채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한 얼굴 등이 이진형 군의 그림으로 표현됐다.김동준 평론가는 앨범 내지에 담은 해설을 통해 “백건우는 이번 녹음을 통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하기만 했을 뿐, 잘 알지 못했던 인간 모차르트의 초상화를 그려냈고 모차르트의 ‘사랑의 언어’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고 평가했다.앨범 발매에 맞춰 백건우는 이달부터 10월까지 ‘백건우와 모차르트’ 순회공연을 한다. 오는 8일 여수를 시작으로 밀양, 김포, 서울, 익산, 안동, 성남, 인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