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분열공작' 재판서 前국정원·노동부 관계자들 책임공방
노동계를 분열시키고자 새 노총을 만드는 데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과 고용노동부의 전직 고위 관계자들이 재판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국고등손실)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의 첫 공판을 심리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정부 시책에 반대하던 민주노총 등을 분열시키고자 국정원 특활비 1억7천700만원을 제3노총인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의 설립·운영 자금으로 지원하는 등 국정원 직무가 아닌 용도로 쓰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차관이었던 이 전 장관이 국정원에 자금을 요청했고,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이를 원 전 원장에게 보고해 자금 지원이 결정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동걸 전 고용노동부 장관 보좌관은 실제 이 자금을 활동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원 전 원장과 민 전 차장 측은 "자금 지원에 관해 지시 혹은 공모한 바가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고, 민 전 차장의 변호인은 "보고서가 왔다는 것만으로 행위에 대한 지시가 있어 공모관계가 있었다고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전 국장 측은 "관련 돈이 지출된 것은 인정한다.

당시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지휘부, 즉 원장과 차장이 지시해 어쩔 수 없이 지출한 것"이라며 다소 엇갈리는 주장을 내놨다.

이 전 장관 측은 "제3노총 출범에 관해 지원금이나 이동걸 전 보좌관의 활동비를 국정원에 요청한 사실이 없고, 제공했다는 것도 몰랐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 전 보좌관의 변호인은 "국정원으로부터 일부 자금을 받은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전 보좌관 측은 지난 재판 때 "자금은 받았으나, 자금 지원과 상사 지시가 불법인지는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돌린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