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감정 투영 가사·'황금 라인업'…태연·거미·폴킴 등 1위 바통터치
6월 OST 차트 점유율 최저치서 반등…프로듀서 "작품·노래 맞아떨어져"
여름차트 장악 '호텔 델루나', 침체된 OST 시장에 '단비'
"내가 미쳐서 날뛰다가 어느 날 사라지더라도 넌 내 옆에 있어 줘."(장만월)
"아니요.

당신이 사라지게 두진 않을 겁니다.

나를 믿어요.

"(구찬성)
애틋한 눈빛을 나눈 장만월(아이유분)과 구찬성(여진구)이 따뜻한 포옹을 한다.

두 사람을 내려다보던 월령수에는 푸른 꽃이 활짝 피어난다.

꽃이 흐드러질수록, 만월의 천년 삶도 종지부를 찍게 돼 이별이 성큼 다가왔음을 예고한다.

장만월의 눈에선 눈물이 떨어진다.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10회 엔딩. 이때 둘의 감정을 절절히 옮겨놓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무심히 널 떠올리게 되면/ 불안해지는 맘 어떻게 해야 하니/ 안녕 이제는 안녕/ 이 말 도저히 할 수가 없어/ 너로 가득 찬 내 마음'('안녕' 중)
폴킴이 부른 '안녕'은 지난 12일 공개돼 음원차트 1위로 직행했다.

그뿐만 아니다.

'호텔 델루나' OST 곡들은 지난달부터 집안싸움을 하며 차트 정상을 바통 터치했다.

태연의 '그대라는 시'를 시작으로 헤이즈의 '내 맘을 볼 수 있나요',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벤의 '내 목소리 들리니', 폴킴의 '안녕', 펀치의 '돈 포 미'(Done For Me)까지 음원 공개 때마다 잇단 1위를 했다.

20일 현재 멜론차트 10위권에는 '호텔 델루나' OST 6곡이 '줄 세우기'를 해 여름 차트를 장악한 모양새다.

대부분 발라드여서 댄스곡 성수기인 여름 차트에서 발라드 강세도 견인했다.

여름차트 장악 '호텔 델루나', 침체된 OST 시장에 '단비'
드라마 OST가 막강한 화력을 보인 것은 2017년 1월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 이후 2년 반 만이다.

'도깨비' OST 곡인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간다'는 가온차트 2017년 결산 '음원 킹'에 올랐다.

'호텔 델루나' OST 제작사 냠냠엔터테인먼트 송동운 대표는 "드라마 OST가 히트하려면 좋은 작품과 배우, 좋은 가수와 노래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드라마 시청률이 높아도 노래 퀄리티가 떨어지면 안 되고, 노래가 좋아도 드라마 화제성이 없으면 안 된다.

하나라도 일치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호텔 델루나' OST는 매주 방송 직후 평균 2곡씩 총 12곡이 출시됐다.

드라마 전개 속도에 맞춘 순발력 있는 공개는 시청자들의 빠른 피드백으로 이어졌다.

특히 배우들의 감정선을 투영한 감성적인 노랫말, 가창력과 전달력을 겸비한 가수들의 '황금 라인업'이 호평받았다.

6곡 작사에 모두 참여한 지훈은 "처음 시놉시스를 받고 인물들의 특징을 먼저 파악했다"며 "장만월은 차가운 척하지만, 안으로는 따스한 감성을 가진 인물이었고, 구찬성은 장만월이 반할 정도로 착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었다.

테마마다 그들이 가진 감성을 토대로 가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주인공들의 깊어지는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가사에 신경 쓴 노래는 '안녕'이다.

지훈은 '안녕 이제는 안녕/ 이말 도저히 할 수가 없어'란 부분에서 두 사람의 절절한 마음이 잘 나타나도록 했다고 꼽았다.

그는 "공동 작사한 폴킴의 가사에서는 '잠시 스치듯 만나 운명처럼 날 꽃피우게 해'란 부분이 주인공들의 감정 표현을 잘 나타내 좋았다"고 짚었다.

여름차트 장악 '호텔 델루나', 침체된 OST 시장에 '단비'
'음원 강자'들로 라인업을 구축한 것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송동운 대표였다.

그는 이 드라마에 앞서 '태양의 후예, '괜찮아, 사랑이야',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 인기 드라마 OST 작업을 했으며 '도깨비' 히트곡 4곡도 프로듀싱했다.

송 대표는 "드라마가 잘된 뒤 가수를 섭외한 것이 아니라, 시작 전 이미 캐스팅과 모든 녹음을 끝냈다"며 "좋은 배우와 작품이 있어 상응하는 최고의 가수로 라인업을 짰다"고 말했다.

'호텔 델루나'는 한동안 침체해온 드라마 OST 시장에 단비가 됐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7년 '도깨비' 이후 지난해부터 음원 시장에서 OST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 연간 차트 '디지털 톱 400'에 OST 곡은 31곡, 올해 상반기에는 24곡이 진입했다.

'태양의 후예'와 '또 오해영'이 방송된 2016년 연간 차트에 67곡이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지난해엔 안방극장 신드롬을 일으키며 여러 곡의 OST를 동시다발적으로 히트시킨 화제작이 드물었던 영향도 있다.

그해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히트했지만, OST 중 하진의 '위 올 라이'(We All Lie) 외엔 주목받지 못했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 때는 월간차트 OST 점유율이 30%까지 올라갔다"며 "그러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OST 점유율이 10%를 넘은 것은 작년 12월이 유일했다.

특히 올해 6월은 OST 점유율이 3.7%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이어 "'호텔 델루나' OST가 공개된 지난달 점유율이 5.6%로 반등했으며, 8월에는 점유율 10%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드라마 시청률과 OST 매출이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호텔 델루나'는 시청률이 10%대까지 꾸준히 상승해 OST도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