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일하는 여성 타깃 "인맥 쌓고 롤모델 만날 기회 팝니다"
대기업 8년차 직장인인 김아름 씨(34)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진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관리자를 준비해야 할 연차인데도 회사나 주변에서는 여성 롤모델을 찾기 어려웠다. “10년 후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릴 수 없다”며 막막해하던 김씨가 올해 초 두드린 곳은 유료 회원제의 여성 커뮤니티 서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그는 “일과 진로에 관해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연회비 150만원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2030 커리어우먼을 겨냥한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업무 관련 인맥을 쌓고, 분야별 전문가와 만나 고급 정보를 얻고 자기계발할 기회를 주며, 롤모델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중장년층 남성 직장인 위주로 운영하는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과 비슷하다.
2030 일하는 여성 타깃 "인맥 쌓고 롤모델 만날 기회 팝니다"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과 비슷

스타트업 헤이조이스가 그런 유료 회원제 여성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설립된 국내 1호다.

헤이조이스 가입비는 3개월 45만원, 1년 150만원이다. 회원은 서울 역삼동에 있는 헤이조이스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각종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8월 현재 회원 수는 350명을 넘어섰다. 60% 정도가 연간 회원이다.

회원은 대기업 직원부터 스타트업 종사자, 창업가, 전문직 등 다양한 직군의 여성이다. 약 60%가 입사 3~10년차인 ‘주니어 직장인’이다. 이나리 대표는 “멤버가 서로 지지자이자 멘토가 된다”며 “지난 1년간 150명 이상이 모임 리더나 연사로 나서는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헤이조이스는 자기 분야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온 여성 리더를 ‘인스파이러(inspirer)’로 선정해 한 달에 한 번 멤버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한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박지희 요기요 공동창업자 등 40여 명이 인스파이러다.

헤이조이스에선 재무제표 읽기, 10만원으로 재테크 시작하기, 지속 가능한 유튜브 채널 기획하기 등 매달 7개가량의 프로젝트가 운영된다. 멤버들은 비슷한 연차, 관심사를 주제로 모이는 소모임 미니밋을 구성하거나 참여할 수 있다.

밀레니얼 여성의 성장 도와

지난 3월엔 경쟁 업체 빌라선샤인이 등장했다. 홍진아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25~39세 밀레니얼 세대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 빌라선샤인은 회원들을 ‘뉴먼(newomen)’이라고 부른다. 새로움(new)과 여성(women)의 합성어다. 미래를 먼저 사는 여성,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두려움이 없고 성장을 원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홍 대표는 “회원들이 빌라선샤인을 통해 어떤 문제도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구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원들에게 주제별 소모임과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세련되게 기획해 발표할 기회를 주는 이유다. 지난달 종료된 시즌1에서는 데이터 분석, 브랜딩, 노션을 이용한 홈페이지 만들기, 공구 사용법 등 18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헤이조이스에 인스파이러가 있다면 빌라선샤인에는 ‘컬래버레이터(collaborator)’가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독자적인 콘텐츠를 갖춘 회원이 연사로 나서 경험을 공유한다.

홍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는 잘나가는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또래그룹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비슷한 또래의 사례를 통해 자극과 아이디어를 얻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한 번 ‘오피스아워’를 열어 노무, 법률, 주거 등 다양한 분야 여성 전문가와의 상담 기회도 제공한다.

빌라선샤인 가입비는 3개월 22만원이다. 시즌1은 첫 서비스였는데도 82명이 회원으로 활동했다. 다음달 시작하는 시즌2에는 지난 15일 현재 85명 넘게 신청했다. 60%가 시즌1 회원이다. 회원의 절반 이상이 30~35세로 3~8년차 직장인이 가장 많다. 정보와 네트워크에 목마른 프리랜서, 1인 기업가, 개발자 등이 빌라선샤인을 찾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