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 땅 제74주년 광복절인 15일 경북 울릉도 사동항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국기원 시범단 60여 명이 독도 수호 의지를 표현하는 태권도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독도는 우리 땅 제74주년 광복절인 15일 경북 울릉도 사동항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국기원 시범단 60여 명이 독도 수호 의지를 표현하는 태권도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책임 있는 경제강국’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광복절 최초의 경제 연설’이라고 규정했다. 경제적 우위를 악용해 수출규제를 감행한 일본을 향한 비판과 함께 자력갱생(自力更生) 의지를 밝힌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 강국 3대 목표 제시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문 대통령이 꺼내든 키워드는 ‘경제’였다. 과거 역대 대통령의 단골 광복절 메시지였던 ‘평화’ ‘외교·국방’ ‘과거사’와는 다른 선택이었다. 문 대통령은 “세계 6대 제조강국, 세계 6대 수출강국의 당당한 경제력을 갖추게 됐지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며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아직 충분히 강하지 못해 광복 후 74년이 흐른 지금도 일본의 수출규제 등 외풍(外風)에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우리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첫 번째 목표로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꼽았다. “우리 국민이 기적처럼 이룬 경제 발전의 성과와 저력은 나눠줄 수는 있어도 빼앗길 수는 없다”면서도 “경제에서 주권이 확고할 때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으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강한 반발에도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 이유가 우리보다 앞선 경제적 자신감 때문이란 분석이 깔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9709억달러로 세계 3위다. 같은 기준 한국의 명목 GDP는 1조6194억달러(12위)로 전년과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국민의 생활수준과 밀접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 역시 일본(4만1340달러)이 한국(3만600달러)을 앞서고 있다.

위기가 기회…日 우회 비판도

‘책임 있는 경제강국’이라는 표현을 통해 일본을 향한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경제강국으로 올라설 경우 “자유무역 질서를 지키고 동아시아의 평등한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란 의지도 함께 밝혔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 구조를 포용과 상생의 생태계로 변화시키겠다”며 “대·중·소기업과 노사의 상생 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역대 정부가 하지 못한 산업 생태계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을 줄곧 전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륙 잇는 ‘교량국가’ 비전도

문 대통령은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교량국가’라는 비전도 밝혔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에서 대폭 진전된 개념이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동아시아 공동체 번영을 이끌 것이란 청사진을 담았다. ‘교량국가’는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한국이 쥐겠다는 큰 포부가 내포된 분석이다.

문 대통령도 “지정학적으로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며 “우리가 초라하고 힘이 없으면 한반도는 대륙에서도, 해양에서도 변방이었고 때로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리가 힘을 가지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은 “지정학적 위치를 우리의 강점으로 바꿔야 한다”며 “더 이상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주도해 나간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