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욱일기 나부낀 광복절 야스쿠니…'우익 광기의 발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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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넘치고 일제군복 활보 '해방구'…"천황폐하 만세" 함성도
극우들, 독도 영유권·전쟁가능국 개헌 주장…"日, 침략국 아냐" 플래카드도 일본의 종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8월 15일,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침략전쟁의 상징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위해 긴 줄에 늘어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야외 스피커에서 종전 기념행사의 라디오 생중계가 흘러나왔다.
마치 공원에 놀러 나온 평범한 나들이객 같았던 사람들이 달라 보인 것은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발언이 끝난 순간이었다.
진지하게 굳은 표정의 사람들은 일제히 손을 치켜들고 "천황폐하 만세"를 합창했고, 2019년 여름은 1940년대 제국주의 시절로 돌아갔다.
매년 그래왔듯, 이날 야스쿠니신사는 제국주의 일본의 '광기'가 터져 나오는 우익들의 해방구였다.
폭염 속 극우들의 외침은 야스쿠니신사 앞 구단시타(九段下) 지하철역을 나오자마자 시작됐다.
신사까지 300m 정도의 거리에서 극우 인사들은 일본을 전쟁가능국가로 변신시키기 위한 헌법 개정이나 일왕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촉구하고,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유인물을 뿌렸다.
노년의 한 여성은 "헌법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이대로면 일본은 멸망한다"는 도발적인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줬고, 중년 남성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을 소개하는 유인물을 기자의 손에 쥐어줬다.
위안부 피해를 보도한 아사히신문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울려 퍼졌고, 왜곡 교과서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회원들은 서명운동을 벌였다.
야스쿠니신사 입구에는 군복 복장의 사람들이 '일본은 침략·범죄 국가가 아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는 뻔뻔한 내용의 이 플래카드를 지나자 제국주의 일본군의 상징인 욱일기(旭日旗)가 곳곳에서 펄럭였다.
제국주의 군복을 입은 노인들은 거수경례를 하면서 참배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고, 일본 정계를 움직이는 개헌단체 '일본회의'는 개헌의 필요성을 성토하는 집회를 열었다.
또 제국주의 일본군의 복장을 한 사람들은 장총(혹은 장총처럼 보이는 물건)을 들고 제식훈련을 하듯 신사 경내를 활보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이 크고 작은 전쟁의 자국 희생자를 신(神)으로 모시는 신사다.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태평양전쟁의 전사자들이 합사돼 있다.
위패와 유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합사자 명부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이곳은 이른바 '천황제'의 성지가 됐고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불린다.
일왕은 1975년 참배를 중단했으며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한차례 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야스쿠니신사에는 246만6천여명이 합사돼 있는데, 이 중에는 조선인 2만1천181명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치 않게 전쟁터로 끌려간 것도 서러운데, 역시 원치 않게 일본인의 '신(神)'이 돼 전범들과 함께 합사돼 있는 것이다.
무단 합사된 조선인의 유족들은 지난 2001년부터 합사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승소를 하지 못했다.
도쿄지방재판소(법원)은 지난 5월 합사자 유족 27명이 제기한 2차 야스쿠니 합사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요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놨고, 유족들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야스쿠니신사에 대해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은 일본을 지키다 세상을 떠난 선조를 기리는 곳일 뿐이라고 겉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기자의 눈에 비친 이날 야스쿠니신사는 제국주의 시절 '강한' 일본을 그리워하는 우익들의 광기의 발산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신사 경내에 위치한 전쟁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에는 '제로센(零戰)' 등 제국주의 시절 무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박물관 옆 '특공용사의 동상'이나 '전쟁 과부와 아이들의 동상'에는 음료수가 쌓여 있었고, 욱일기를 프린트한 티셔츠를 입거나 제국주의 시절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남성의 티셔츠에는 "메이지 개국부터 대동아전쟁에 이르기까지 조국을 위해 싸운 장병들은 우리 일본의 자랑이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규슈(九州) 지역의 태풍과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참배를 위해 늘어선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한낮까지 500명 이상 수준을 유지했다.
신사를 참배한 정치인들은 아이돌 대우를 받았다.
국회의원들이 참배하러 들어가는 신사 입구에서는 100여명의 사람이 모여 의원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여자 아베'라고 불리는 극우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불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중의원 의원이 자신들을 향한 박수에 손을 흔들었다.
/연합뉴스
극우들, 독도 영유권·전쟁가능국 개헌 주장…"日, 침략국 아냐" 플래카드도 일본의 종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8월 15일,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침략전쟁의 상징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위해 긴 줄에 늘어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야외 스피커에서 종전 기념행사의 라디오 생중계가 흘러나왔다.
마치 공원에 놀러 나온 평범한 나들이객 같았던 사람들이 달라 보인 것은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발언이 끝난 순간이었다.
진지하게 굳은 표정의 사람들은 일제히 손을 치켜들고 "천황폐하 만세"를 합창했고, 2019년 여름은 1940년대 제국주의 시절로 돌아갔다.
매년 그래왔듯, 이날 야스쿠니신사는 제국주의 일본의 '광기'가 터져 나오는 우익들의 해방구였다.
폭염 속 극우들의 외침은 야스쿠니신사 앞 구단시타(九段下) 지하철역을 나오자마자 시작됐다.
신사까지 300m 정도의 거리에서 극우 인사들은 일본을 전쟁가능국가로 변신시키기 위한 헌법 개정이나 일왕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촉구하고,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유인물을 뿌렸다.
노년의 한 여성은 "헌법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이대로면 일본은 멸망한다"는 도발적인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줬고, 중년 남성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을 소개하는 유인물을 기자의 손에 쥐어줬다.
위안부 피해를 보도한 아사히신문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울려 퍼졌고, 왜곡 교과서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회원들은 서명운동을 벌였다.
야스쿠니신사 입구에는 군복 복장의 사람들이 '일본은 침략·범죄 국가가 아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는 뻔뻔한 내용의 이 플래카드를 지나자 제국주의 일본군의 상징인 욱일기(旭日旗)가 곳곳에서 펄럭였다.
제국주의 군복을 입은 노인들은 거수경례를 하면서 참배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고, 일본 정계를 움직이는 개헌단체 '일본회의'는 개헌의 필요성을 성토하는 집회를 열었다.
또 제국주의 일본군의 복장을 한 사람들은 장총(혹은 장총처럼 보이는 물건)을 들고 제식훈련을 하듯 신사 경내를 활보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이 크고 작은 전쟁의 자국 희생자를 신(神)으로 모시는 신사다.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태평양전쟁의 전사자들이 합사돼 있다.
위패와 유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합사자 명부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이곳은 이른바 '천황제'의 성지가 됐고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불린다.
일왕은 1975년 참배를 중단했으며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한차례 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야스쿠니신사에는 246만6천여명이 합사돼 있는데, 이 중에는 조선인 2만1천181명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치 않게 전쟁터로 끌려간 것도 서러운데, 역시 원치 않게 일본인의 '신(神)'이 돼 전범들과 함께 합사돼 있는 것이다.
무단 합사된 조선인의 유족들은 지난 2001년부터 합사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승소를 하지 못했다.
도쿄지방재판소(법원)은 지난 5월 합사자 유족 27명이 제기한 2차 야스쿠니 합사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요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놨고, 유족들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야스쿠니신사에 대해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은 일본을 지키다 세상을 떠난 선조를 기리는 곳일 뿐이라고 겉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기자의 눈에 비친 이날 야스쿠니신사는 제국주의 시절 '강한' 일본을 그리워하는 우익들의 광기의 발산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신사 경내에 위치한 전쟁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에는 '제로센(零戰)' 등 제국주의 시절 무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박물관 옆 '특공용사의 동상'이나 '전쟁 과부와 아이들의 동상'에는 음료수가 쌓여 있었고, 욱일기를 프린트한 티셔츠를 입거나 제국주의 시절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남성의 티셔츠에는 "메이지 개국부터 대동아전쟁에 이르기까지 조국을 위해 싸운 장병들은 우리 일본의 자랑이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규슈(九州) 지역의 태풍과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참배를 위해 늘어선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한낮까지 500명 이상 수준을 유지했다.
신사를 참배한 정치인들은 아이돌 대우를 받았다.
국회의원들이 참배하러 들어가는 신사 입구에서는 100여명의 사람이 모여 의원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여자 아베'라고 불리는 극우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불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중의원 의원이 자신들을 향한 박수에 손을 흔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