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그려낸 '인간 김구'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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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김별아 장편 '백범…'
소설가 김별아의 장편소설 <백범, 거대한 슬픔>(해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백범 서거 70주년을 맞아 재출간됐다. 작가가 20018년 <백범>이란 이름으로 출간한 책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진지하게 묻고 답한다. ‘한국 독립투쟁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백범 김구(사진), 그는 왜 그렇게 살고 죽어야 했는가.’
소설은 중국에 있던 백범이 1945년 11월 한반도가 광복을 맞은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우리 땅을 밟기 위해 미군 비행기를 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쁘고 설레야 하는 장면은 11월 날씨처럼 싸늘하다. 우리 손에 의한 ‘광복’이 아닌 외세에 의한 ‘해방’ 소식, 한반도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신 ‘미군정’ 체제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로 백범의 가슴에는 ‘거대한 슬픔’만이 가득했다.
소설은 김구의 <백범일지>를 토대로 그의 생애 중 주요 장면들을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 작가는 백범의 생애를 ‘슬픔’이란 단어로 돌아본다. 스무 살에 일본군 중위를 칼로 처단하며 도망자 신세가 된 그는 처음으로 ‘냉혹한 슬픔’을 느낀다. 그 슬픔은 백범의 학문과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했고, 자기 대신 감옥에 투옥된 뒤 세상을 뜬 아버지를 향한 ‘쓰라린 슬픔’으로 이어진다. ‘슬픈 밥’을 먹으며 고된 수감생활을 버틴 백범은 이봉창·윤봉길과의 동지애를 통해 ‘뜨거운 슬픔’을 느끼고, “이제 잡혀가면 너는 죽는다. 나와 같이 맑은 물에 뛰어들어 죽자”고 한탄한 어머니의 죽음은 ‘거룩한 슬픔’으로 그의 가슴에 새겨진다. 김창암, 김창수, 김두호, 원종, 김두래, 백정선, 장진구, 김구 등 여덟 번 이름을 바꾸며 사는 동안 겪은 숱한 슬픔을 삼킨 백범은 느닷없이 찾아온 ‘일본의 항복’ 소식으로 ‘슬픔의 축제’를 맞는다.
소설은 착륙을 앞둔 백범과 15인의 임시정부 투사가 자신들을 마중하는 물과 흙, 바위, 조국의 영토를 향해 ‘애국가’를 애절하고 통절하게 울부짖으며 부르는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저자는 “백범을 읽으면서 느끼는 슬픔은 분노만큼 뜨겁진 않지만 낮고 질기고 도도하다”며 “그것은 물처럼 유유히 흐르며 역사의 파랑에 휩쓸린 나약한 인간들을 적신다. 그리하여 슬픔도 마침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역사 속에 우뚝 선 백범의 내면을 깊이 형상화한 소설은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왜 그를 다시 살려내 읽어야 하는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른길’이 무엇인지 일깨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소설은 중국에 있던 백범이 1945년 11월 한반도가 광복을 맞은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우리 땅을 밟기 위해 미군 비행기를 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쁘고 설레야 하는 장면은 11월 날씨처럼 싸늘하다. 우리 손에 의한 ‘광복’이 아닌 외세에 의한 ‘해방’ 소식, 한반도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신 ‘미군정’ 체제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로 백범의 가슴에는 ‘거대한 슬픔’만이 가득했다.
소설은 김구의 <백범일지>를 토대로 그의 생애 중 주요 장면들을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 작가는 백범의 생애를 ‘슬픔’이란 단어로 돌아본다. 스무 살에 일본군 중위를 칼로 처단하며 도망자 신세가 된 그는 처음으로 ‘냉혹한 슬픔’을 느낀다. 그 슬픔은 백범의 학문과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했고, 자기 대신 감옥에 투옥된 뒤 세상을 뜬 아버지를 향한 ‘쓰라린 슬픔’으로 이어진다. ‘슬픈 밥’을 먹으며 고된 수감생활을 버틴 백범은 이봉창·윤봉길과의 동지애를 통해 ‘뜨거운 슬픔’을 느끼고, “이제 잡혀가면 너는 죽는다. 나와 같이 맑은 물에 뛰어들어 죽자”고 한탄한 어머니의 죽음은 ‘거룩한 슬픔’으로 그의 가슴에 새겨진다. 김창암, 김창수, 김두호, 원종, 김두래, 백정선, 장진구, 김구 등 여덟 번 이름을 바꾸며 사는 동안 겪은 숱한 슬픔을 삼킨 백범은 느닷없이 찾아온 ‘일본의 항복’ 소식으로 ‘슬픔의 축제’를 맞는다.
소설은 착륙을 앞둔 백범과 15인의 임시정부 투사가 자신들을 마중하는 물과 흙, 바위, 조국의 영토를 향해 ‘애국가’를 애절하고 통절하게 울부짖으며 부르는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저자는 “백범을 읽으면서 느끼는 슬픔은 분노만큼 뜨겁진 않지만 낮고 질기고 도도하다”며 “그것은 물처럼 유유히 흐르며 역사의 파랑에 휩쓸린 나약한 인간들을 적신다. 그리하여 슬픔도 마침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역사 속에 우뚝 선 백범의 내면을 깊이 형상화한 소설은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왜 그를 다시 살려내 읽어야 하는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른길’이 무엇인지 일깨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