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정서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 vs "예술·정치 구분해야"
익산 보석박물관 '기모노 일본 여인' 전시회 취소 논란(종합)
전북 익산보석박물관이 '기모노 입은 일본 여인'을 그린 작품 등을 문제 삼아 전시회를 무산 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익산보석박물관에 따르면 지난 7일 개막하려던 원로 서양화가 초대전을 전시 작품에 대한 작가와의 이견 등을 이유로 취소했다.

박물관은 초대전에서 이중희 화백의 작품 16점을 다음 달 22일까지 전시할 예정이었다.

박물관은 이들 작품 가운데 '일본 여인'이라는 그림이 시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이 화백에게 이를 다른 그림으로 대체하거나 전시회 자체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품은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여인을 그린 것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반일 감정이 워낙 극에 달한 상태여서 예상치 못한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봐 부탁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술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시민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행정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작품을 그냥 내걸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 화백은 이에 대해 "작품은 작품으로만 바라봐야 한다"며 "이는 우리의 문화 의식 수준을 나타내는 비상식적이며 어처구니없는 일로,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일본 여인'을 다른 작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검토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박물관 측은 처음부터 일본에서의 전시회 활동 이력을 문제 삼으며 연기를 요청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화백은 "이는 수십년간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우리나라를 널리 알린 원로 작가에게 친일 작가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며 "정치와 문화예술은 구별돼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화예술계에서도 과도하게 정치적 해석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북의 대표적 문화예술 지원단체인 우진문화재단의 김선희 이사장은 "만약 특정 작품이 문제가 된다면 작가와 의논해볼 수는 있다"면서도 "일본에서의 작품활동 자체를 '친일'로 몰아붙여 전시회를 취소했다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