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부터 시작된 인천 붉은 물 사태가 완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일부 피해주민들이 ‘피해보상 청구서’ 때문에 발끈하고 나섰다. 인천시가 주민들 피해보상을 위해 12일부터 인터넷으로 접수하기 시작한 피해보상 청구서 양식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서약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 홈페이지의 붉은 물 관련 피해보상 신청 메뉴에는 개별적으로 구입한 생수와 필터구입비, 의료비 등을 보상청구서에 적어 넣고 영수증을 첨부파일로 올리게 돼 있다. 문제는 청구서에 서명을 하기 전에 반드시 “보상금을 전액 지급받은 경우는 피해사고에 대해 화해계약을 하는 것이며, 더 이상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한다”는 문구에 동의를 해야한다. 동의하지 않으면 신청이 불가능하다.
영종도 피해 주민들은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에 “피해보상 청구서가 아니라 합의서다” “우리 혈세로 피해보상 해주면서 협박하는건가요” “가해자들이 피해자인 주민들에게 저런 문장을 넣어야 하나” 등 시를 비판하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급기야 이 카페에선 피해보상 접수를 하지 말라는 공지까지 올라왔다. 영종도 민관대책위원회에서 붉은 수돗물 정상화에는 합의했지만 피해보상안에는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서구지역 주민 카페에도 청구서의 서약 문구를 소개하며 “저도 저 문구 때문에 청구 안하고 소송으로 가려구요” “이 사태는 인재였으니 그에 대한 피해보상은 당연한데 저 따위 문구를 쓰니 기분이...” 등 불만의 댓글이 보였다.
시는 지난 5일 적수사태 정상화를 선언하면서 서구·영종도·강화 등 피해지역의 상하수도 요금 최대 3개월치를 면제하고, 생수 구입비와 필터 교체비 등은 증빙서류를 확인해 실비 보상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법률검토 결과 피해주민들이 청구한 피해보상 금액 전액을 수령하면 더 이상 이 건에 대해 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합의를 해야한다”며 “일부 주민들이 감정이 안좋을 수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널리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주민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서구의 주민대책위원회는 인천시의 수질 정상화와 보상방식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지역에서 아직도 적수와 흑수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화 선언 시기상조”라며 “영수증을 통한 실비 정산이라는 피해보상 대책안도 합의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시의 일방적인 보상안 발표를 철회한 뒤 다시 논의해야 하고, 피해보상 접수를 강행하면 서구 피해지역 주민들은 집단 손해배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공촌정수장의 정기점검으로 인해 물 공급 관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인천시가 사전·사후 매뉴얼을 어겼기 때문에 발생했다. 서구와 중구 영종도 등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 포함되는 26만1000가구, 63만5000명이 피해를 입었다.
보상 신청은 12일부터 인천시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24시간 신청 접수가 가능하다. 19일부터는 우편 및 현장 접수처(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시청 안전정책과,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서도 신청 받는다. 보상금액은 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금액을 산정해 지급한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