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취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은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아직 어느 것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9월에 회담을 계속할지 말지 지켜보겠다”며 “(회담을) 계속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중국 경제 연례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예고대로 다음달 1일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관세율을 25%로 인상하면 중국의 성장률은 0.8%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美·中 무역협상 무산 가능성…"세계 경제, 대공황 공포 확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갈수록 꼬이면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의 통상 갈등이 중국은 물론 미국의 경제 성장에도 타격을 주면서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강 대 강’ 충돌을 지속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 초 워싱턴DC에서 예정된 양국 간 고위급 무역협상 취소까지 언급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합의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합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충분히 응하지 않는 데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다음달 열릴 예정인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대해 “협상을 계속할지 안 할지 두고 보자”고 말해 협상을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에 대해선 “거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명백하게 환율을 조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위안화 평가절하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그에 맞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위협에도 중국은 위안화 가치 약세(환율 상승)를 계속 방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자 중국 인민은행은 8일과 9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7위안 이상으로 고시했다.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2~7.3위안으로 오를 때까지 허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또 희토류 대미 수출과 미국산 원유 수입 중단도 꺼내들 태세다.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우리의 산업 지배력을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내달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시행되면 중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중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9일 내놓은 중국 경제 연례 보고서에서 앞으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없다는 전제 아래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6.2%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이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매기면 중국의 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지고, 관세율을 25%로 인상하면 향후 1년간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성장률이 0.8%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미국 정부가 계획대로 다음달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제품 96.7%가 대미 수출에 타격을 받고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1.5%에 이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미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면서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현재 18.3%를 기록하고 있다. PIIE는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이 25%로 올라가면 평균 관세율이 27.8%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최혜국 대우까지 사라지면 38.6%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PIIE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이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 시절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대공황 초 이 법을 근거로 광범위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려 전 세계에 대공황을 확산시킨 바 있다.

베이징=강동균/뉴욕=김현석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