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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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간 갈등이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양측은 올해 1월 정부서울청사 어린이집 등 일부 부지가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한차례 충돌했다가 5월 '대체지를 찾는 등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밝혀 이견을 좁혀가는 듯했다.

하지만 진영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광화문광장 문제에 대해 "완전히 합의된 바는 없다"고 언급한 데 이어 행안부가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행안부 측 요구를 다 반영했는데 뒤늦게 반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착공해 2021년 5월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안부와의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일정 자체가 어그러지게 된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영 장관에게 만남을 직접 요청했으나 진 장관은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행안부가 지난달 30일 서울시에 보낸 공문에서 드러난 '요구사항' 가운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부분은 어린이집, 경비대, 민원실 등 광장에 편입되는 정부청사 토지·건물에 대한 대체지 마련 문제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행안부의 요구사항을 다 수용해 실무적 반영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행안부의 설명은 다르다.

서울시와 해당 문제를 논의해온 행안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경우 서울시에서 후보지 네 곳을 제시했는데 다 부적합한 곳이었다"며 "나머지 토지의 대체지 문제도 아직 검토를 진행하는 단계"라며 "서울시에서는 우리가 제안을 다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사실 핵심 해결책은 서울시가 쥐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5월 큰 틀에서 합의한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싶을 정도로 행안부와 협의가 잘 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공문을 보내왔다"며 "정말 대체지가 문제라면 얼마든지 다른 선택지를 놓고 협의를 하면 된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경복궁 광화문 앞 월대(月臺) 발굴과 복원에 대한 이견도 불거졌다.

월대는 궁궐 정문이나 주요 건물 앞에 석재로 지반보다 높게 만들어 놓고 각종 의식에 이용하던 넓은 단을 뜻한다.

시는 일제 강점기 때 훼손된 월대 복원을 위해 현재 경복궁 앞을 지나고 있는 기존 사직로의 우회도로를 설치할 계획인데 이 도로가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와 민원실, 어린이집 등 청사 시설 일부를 지나게 되면서 갈등의 불씨가 됐다.

행안부는 월대 복원이 여러 위험과 불편을 감수할 만큼 역사적인 상징성이 있는지 또 그 필요성을 다수 국민이 수긍하고 있는지 등 사업의 타당성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바로 월대 복원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의 영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가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공개적으로 질의를 하고 여전히 "행안부의 진의를 파악 중"이라며 답답해하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행안부가 '사업을 늦추자'고 하는 것에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따른 교통불편, 시민불만 등을 의식해 선거 이후로 사업을 늦추자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