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수 국립민속박물관 연구원 "기원은 세 가지 설"
"후대에 만든 부산 밀면은 맛 강하고 자극적"
부산 향토음식 '밀면' 식당이 서울에 적은 까닭은
돼지국밥, 동래파전, 생선회, 복요리….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들이다.

여기에 '밀면'이 빠질 리 없다.

밀면은 말 그대로 밀가루로 만든 면이다.

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이나 감자 전분을 섞어 반죽해 국수를 뽑는다.

부산에는 밀면 음식점이 500곳 이상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6일 손정수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원과 함께 부산을 찾았다.

손 연구원은 지난해 10개월 남짓 '국수와 밀면' 조사를 했고, 황동이 학예연구원과 함께 300쪽이 넘는 두툼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손 연구원이 데려간 밀면 식당은 자갈치시장에서 멀지 않은 서구 토성동 함흥냉면. 1923년 함경도 출신으로 한국전쟁 정전 이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 부산에 정착한 1대 사장 고 김증호 씨에 이어 아들 김명학(60) 씨가 운영 중이다.

토성동 함흥냉면이 내는 면은 크게 네 가지다.

물냉면인 평양냉면, 비빔냉면인 함흥냉면, 밀면, 비빔밀면이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밀면은 면이 모두 다르다.

가격은 밀면이 냉면보다 2천∼3천원 싸다.

점심시간에 식당을 찾는 손님은 대부분 나이가 적지 않은 어르신이었다.

김씨는 무시로 가게를 들락거리며 배달하러 다녔다.

밀면은 사실 경상도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음식이다.

서울 곳곳에 돼지국밥 식당이 있지만, 밀면 음식점은 유독 적은 편이다.

김씨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밀면 맛이 강하고 자극적이어서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손 연구원은 "부산 밀면 계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며 "첫째는 이북이 고향인 사람들이 부산으로 와서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며 만든 밀면이고, 둘째는 이러한 밀면을 맛본 부산 사람들이 새롭게 만든 밀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 밀면은 맛이 강하지 않지만, 경상도 지역민 입맛에 맞춘 현대식 밀면은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맵고 짜고 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에 떠도는 '부산 3대 밀면'이나 여행객이 방문하는 밀면 식당은 대부분 현대식 밀면을 낸다고 덧붙였다.

토성동 함흥냉면이 만드는 밀면은 물론 전통적 밀면이다.

부산 향토음식 '밀면' 식당이 서울에 적은 까닭은
민속박물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밀면 기원과 관련해서는 크게 세 가지 설이 전한다.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냉면을 그리워하던 피란민들이 고안했다는 것이다.

메밀가루와 감자 전분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군이 구호품으로 배급한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남구 우암동에 있는 내호냉면 탄생설이다.

모녀가 함흥식 국수인 농마국수를 팔았는데, 메밀과 전분이 부족해 밀가루로 만든 국수가 최초의 밀면이라는 것이다.

인근 구호병원에 다닌 환자들이 영양을 보충하려고 밀가루 냉면을 즐겨 먹었다고도 한다.

마지막은 진주 밀국수 유래설. 1925년 경상남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진주 밀국수가 부산으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설을 보면 밀면 뿌리는 결국 함흥냉면 또는 농마국수"라며 "진주냉면과 부산 밀면은 면이나 재료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고, 진주에 고유한 밀국수가 남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세 번째 가설은 근거가 약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밀면은 냉면에서 파생된 음식으로, 크게 보면 냉면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며 "부산에는 2∼3대를 잇는 밀면 가게가 많지만, 토성동 함흥냉면처럼 직접 손으로 익반죽을 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 향토음식 '밀면' 식당이 서울에 적은 까닭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