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지망생들 의기투합 창단…전국연극제서 2회 대통령상
향토 창작극 위주 공연, 위안부 피해 아픔 그린 '치마' 곧 상연

충북 지역 극단이 전국연극제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총 3번이다.

3번 중 2번을 극단 청년극장이 수상했다.

[앙코르! 향토극단] 배우 유해진이 꿈 키운 청주 '청년극장'
1983년부터 개최된 전국연극제는 국내 최대 규모로 2016년 대한민국연극제로 이름을 바꿨다.

청주에서 활동하는 청년극장은 충북을 대표하는 극단이다.

극단 이름에서부터 '젊음'과 '새로움'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1984년 이창구 전 청주대 연극영화과 교수와 최성대 전 시민극장 대표를 중심으로 연극인 지망생들이 의기투합해 창단했다.

지역 사회에 숨은 연극 인재를 발굴하고 예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첫발을 내디뎠다.

기성 연극인들이 아닌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지망생들이 주축을 이뤘다.

청주 출신인 배우 유해진도 고교 2학년 시절 청년극장에 입단해 꿈을 키웠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청년극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청년극장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만선'이라는 작품으로 1985년 제3회 전국연극제 은상 수상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전국연극제에서만 대통령상 2회, 금상 1회, 은상 11회, 연기상 8회, 희곡상 2회 받았다.

대통령상 수상작은 '세월이 가면(2000년)'과 '직지, 그 끝없는 인연(2007년)'이다.

현재까지 168회 정기공연을 한 청년극장의 레퍼토리 작품은 '10개의 인디언 인형', '그것은 목탁 구멍 속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언덕을 넘어서 가자' 등이 있다.

[앙코르! 향토극단] 배우 유해진이 꿈 키운 청주 '청년극장'
'직지(직지심체요절)' 등을 비롯한 충북의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려 지역 예술계를 이끌었다.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으로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됐다.

현재 하권 1권만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지난해에는 임진왜란 때 노량해전에서 활약한 진천 출신의 이영남 장군을 소재로 한 창작극 '노량격전'을 공연했다.

청년극장은 유해진뿐 아니라 이승부, 이윤혁, 정인숙 등 지역 연극계를 이끄는 걸출한 예술인들을 배출했다.

동인제극단인 청년극장 대표를 맡은 나정훈(53)씨는 "발가벗고 연기해도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동인제연극단은 연극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 출자, 공동 운영의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극단을 말한다.

대표는 2년에 한번씩 총회를 열어 선출한다.

세 자녀를 둔 나 대표는 연극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 요식업을 한다.

힘겨운 극단 살림살이에 사비를 털어 연극을 올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후원기업을 구하는 일부터 관객 홍보 활동까지 모두 나 대표의 몫이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극단 사무실은 따로 없다.

나 대표는 자신의 가게에서 극단 업무까지 보고 있다.

나 대표의 고3 아들 세진군도 청소년 연극제에 참가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앙코르! 향토극단] 배우 유해진이 꿈 키운 청주 '청년극장'
나 대표는 "예술인들이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연극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기업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지역 예술계가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극장은 오는 12일과 15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치마' 공연을 앞두고 있다.

채승훈 감독이 연출한 '치마'는 충북문화재단 지원사업 공모에서 당선된 창작 연극이다.

김석원 작곡가, 청주모란무용단, 청주오페라단이 참여했다.

제작진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충북 유일의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청년극단 관계자는 "항일운동 선각자들의 고장인 청주에서 '치마'를 공연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과거사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앙코르! 향토극단] 배우 유해진이 꿈 키운 청주 '청년극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