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선 '깜짝 회동' 당시 김정은·트럼프 앉았던 의자 그대로
총구 겨누던 초소 대신 '평화의 길'…파주GP 일반에 최초 공개
"이제 비무장지대(DMZ)에 들어선 겁니다.

실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있는 '중무장지대'죠."
9일 오전 서부전선 파주 지역. 안내요원의 말에 이어 통문이 열리자 북쪽으로 난 좁은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통일부는 이날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한 파주 감시초소(GP) 자리를 처음으로 민간에 공개했다.

10일부터 개방되는 파주 DMZ 평화의 길 코스(21㎞)의 일부다.

통문을 지나 10분을 달린 버스가 고지에 도착하자 불그스름한 공터가 나왔다.

북쪽으로는 군장산, 천덕산, 덕물산, 진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개성시내와 개성공단이 한눈에 들어왔고, 고지 서쪽의 논은 북녘의 단장평야와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이 감시초소터였음을 알려주는 탁 트인 시야다.

하차에 앞서 무장병력이 경계를 위해 사방에 배치되는 광경이 다소 생경했지만 초청된 지역주민과 이산가족, 학생 등은 이내 밝은 얼굴로 고지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3, 4층짜리 초소가 사라진 곳에 새로 들어선 것은 철거한 GP 철책을 녹여 만들었다는 'DMZ 평화의 종'이 아직 유일하다.

군 관계자는 이곳이 민간인에게도 개방된 만큼 앞으로 나무를 심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구 겨누던 초소 대신 '평화의 길'…파주GP 일반에 최초 공개
한편 이날 오후에는 판문점과 남측 자유의집이 6·30 판문점 남북미 회동 이후 처음으로 공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시간여 '깜짝 회담'을 한 자유의집 2층 귀빈실에는 양 정상이 앉은 의자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안내를 맡은 버크 해밀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은 "판문점 핫라인을 통해 그날 36시간 동안 북측으로 통지를 10건이나 보냈다"며 급박했던 당시 회동 준비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일행이 자유의집 바깥으로 나와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T2)으로 들어서자 북측 경비병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변도영(12)·고현석(11) 군은 창밖으로 쌍안경을 바짝 들이댄 북한군을 신기한듯 바라보기도 했다.

이날 판문점을 찾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앞으로 9·19 군사합의를 이행하고 좀 더 높은 수준의 군사적 신뢰구축을 이뤄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루고 그 바탕에서 공동번영의 기회를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장관은 또한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환담을 나눈 '도보다리'에 보강이 필요하다는 유엔사의 건의를 받고 공사를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총구 겨누던 초소 대신 '평화의 길'…파주GP 일반에 최초 공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