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보관하는 용량이 한계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장 3년 뒤인 2022년부터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임시방편으로 저장탱크에 담아놓고 처리를 미뤄온 오염수가 큰 환경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운용사인 도쿄전력은 전날 2022년 여름께면 방사성 물질을 보관해온 저장탱크 보관 부지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노심 등에서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 오염수에서 세슘과 스트론튬 등을 제거한 ‘처리수’를 저장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에 보관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원자로 내 핵연료가 녹는 ‘멜트다운(노심용융)’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원자로 건물에 생긴 무수한 균열을 통해 지하수가 유입되면서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원자로 내 핵연료 찌꺼기를 냉각시키기 위해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도 오염수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탱크.  한경DB
일본 후쿠시마 원전 탱크. 한경DB
발생 오염수 양은 2014년 5월 하루 540t에서 2015년 490t, 2016년 390t, 2017년 220t으로 줄고 있다는 게 일본 경제산업성의 설명이다. 현재는 하루 170t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고, 2020년까지 하루 150t 규모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염수 발생량을 줄이고, 저장탱크를 증설하더라도 2022년 여름께면 원전 부지 안에 더 이상 저장탱크를 설치할 공간이 없어진다. 현재 원전 부지 내 960개 탱크에 약 115만t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도쿄전력은 2020년 말까지 총 137만t 분량의 저장탱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방사성 물질 오염수 보관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경제산업성은 이날 전문가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열어 오염수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소위원회에선 ‘처리된’ 오염수를 해양으로 유출하는 방안을 비롯해 △저장탱크 보관 부지 확대 △저장탱크 지하 매설 처리 △심층 지층에 처리수 주입 △처리수 전기분해 후 대기 방출 등의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현실적으로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해양에 유출하는 방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세슘과 스트론튬 등 주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처리수를 희석해 바다에 방출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오염수 배출이 환경에 영향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도 현 기술로는 처리수에서 트리튬 등 일부 물질은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또 이들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 이하일지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일본 정부가 ‘처리’했다고 밝힌 보관 탱크에서 방사성 물질 잔류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있었던 점도 일본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오염수를 방출할 경우 인근 어민뿐 아니라 한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7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일본이 오염수 100만t을 바다에 방류하려 한다”며 “한국의 위험 노출 가능성이 크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경고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