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복수로 검토…문정인, 지금 역할이 더 중요하다 판단한 듯"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정당화 어렵다' 등 문정인 발언 영향 미쳤나
보수 야권 강력 반발 등도 부담 요소 가능성
주미대사 이수혁 낙점 이면에 문정인 고사·'美 여론 고려' 해석
조윤제 주미대사의 후임에 애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대신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이 내정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특보는 주미대사 교체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낙점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새 주미대사 발표 하루 전날인 8일, 문 특보가 대사직 제안을 고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청와대는 9일 이 의원을 주미대사 내정자로 발표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 연락을 받은 것이 언제인가'라는 물음에 "꽤 됐다"면서 "지난주 초에 청와대에서 (내정 사실을) 연락받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조 대사의 후임을 두고 문 특보와 이 의원을 복수로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이 차기 주미대사로 지명된 데는 먼저 문 특보의 의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특보에게는 지금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서로(문 대통령과 문 특보)에게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문 대통령이 문 특보를 주미대사로 최종 발탁하기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 특보가 미국 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미국통'이라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해온 발언들이 미국 측에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청와대가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문 특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DC에서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펴 또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때 청와대는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문 특보의 기고 내용이 한창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이던 시기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 특보는 '학자의 소신'임을 강조했으나 이런 주장들이 미국의 처지에서 쉽게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문 대통령의 주미대사 인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런 분석의 연장선에서 문 특보가 주미대사로 내정됐을 경우 거센 비판 여론이 예상된다는 점도 청와대가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정인 주미대사 내정설'이 나오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하며 극력 저지하는 모습이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8일 당 회의에서 "문 특보가 주미대사가 되면 한미동맹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부적격을 넘어서 극히 위험한 인사"라고 밝혔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분은 미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은 받을 수 있을까"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특보가 자리를 고사한 점, 이 의원이 적임자라는 점을 고려한 인사"라며 해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