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전 세계랭킹 1위도 놓친 PGA 투어카드
5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시즌 윈덤 챔피언십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마르틴 카이머(독일)는 컷 통과에 실패했다.

1라운드에서는 4언더파를 쳤지만 2라운드에서 5오버파를 적어내 주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카이머는 페덱스컵 랭킹 150위로 2018∼2019년 시즌을 마감했다.

125명까지 나갈 수 있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된 카이머는 2019-2020년 PGA투어 대회 출전권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2010년 PGA챔피언십, 2014년 US오픈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 특급 대회에서만 3차례 우승해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카이머가 PGA 투어카드를 잃었다는 소식은 팬들에게 적지 않은 놀라움을 안겼다.

PGA투어에서 정규시즌 종료 시점 페덱스컵 랭킹 125위 밖 선수는 다음 시즌 투어카드를 상실한다.

다만 메이저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는 5년, 다른 투어 대회 우승자는 2∼3년 투어카드를 보장한다.

카이머는 2014년 US오픈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받은 5년 기한 투어카드가 이번 시즌에 만료됐기에 페덱스컵 랭킹 125위 이내에 들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카이머가 다음 시즌에 PGA투어 대회에 나설 길은 완전히 막힌 건 아니다.

대회마다 따로 정해놓은 출전 자격 가운데 하나 이상을 따면 얼마든지 출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세계랭킹 50위, 또는 70위 이내에 든다면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적지 않다.

PGA챔피언십과 US오픈도 당분간 출전할 수 있다.

PGA챔피언십은 우승자에게 평생 출전권을 주고 US오픈은 우승하면 10년 동안 출전권을 주기 때문이다.

또 이름값이 있으니 초청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투어카드가 없는 선수가 초청을 받아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연간 12개로 제한된다.

카이머의 몰락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PGA 투어뿐 아니라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도 우승 시계가 멈춘 지 5년이다.

그의 마지막 우승은 2014년 US오픈이다.

세계랭킹도 92위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카이머는 PGA투어에 소홀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올해 PGA투어 대회에 14차례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PGA투어 회원 자격 유지에 필요한 15경기에 미달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US오픈을 제패한 2014년에 19개 대회에 출전했던 카이머는 이듬해 13개 대회에 출전하는 데 그쳤고, 이후 작년까지 3년 동안은 11개 대회 이상 출전한 적이 없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출신 선수들은 연간 15개 이상 PGA투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카이머는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는 평생 출전권을 지녀 뛸 곳이 없는 신세는 아니다.

카이머가 이제 34세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내년에 유럽프로골프투어를 기반으로 부활의 나래를 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올해 PGA투어 카드를 놓친 유명 선수는 카이머뿐 아니다.

디오픈과 PGA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에서 3차례 우승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도 올해 PGA투어 카드를 잃었다.

그는 올해 생애 통산 상금 상위 선수에게 주는 1년짜리 투어카드를 활용해 PGA투어를 뛰었지만, 페덱스컵 랭킹 213위로 마감해 더는 투어카드를 연장하지 못했다.

해링턴 역시 유럽프로골프투어 평생 출전권을 갖고 있어 큰 걱정이 없다.

더구나 올해 48세인 해링턴은 2년 뒤에는 시니어투어로 진출할 에정이다.

PGA투어에서 6승을 따냈고 2011년 플레이오프 정상에도 섰던 빌 하스(미국)도 투어카드를 상실한 유명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페덱스컵 랭킹 140위로 윈덤 챔피언십에 출전해 마지막 기회에 도전한 그는 공동 53위에 그쳐 125위 이내 진입이 무산됐다.

그는 지난해에도 페덱스컵 랭킹 152위로 투어카드를 잃었고 조건부 출전권으로 올해를 버텼지만, 부활에 실패했다.

PGA투어 6승의 헌터 메이핸(미국)도 올해 PGA투어 카드를 지키지 못해 2부 투어로 내려갔다.

작년에도 투어카드를 잃을 위기를 2부 투어 파이널 시리즈에서 2위에 올라 벗어났던 그는 올해 극도의 부진에 허덕였다.

16차례 대회에 출전, 11차례나 컷 탈락했다.

공동15위가 시즌 최고 성적이다.

2015년 PGA투어 신인왕 대니얼 버거(미국)는 페덱스컵 랭킹 131위로 시즌을 마쳐 투어카드를 다시 따야 한다.

그는 2016년과 2017년에 한 차례씩 우승했지만, 올해는 톱10 입상이 단 한 번뿐이고 5차례 컷 탈락의 부진을 겪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