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문이 위로에 도움 안돼…총격범이 대통령 언사 인용"

지난 주말 총격 참사를 겪은 미국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일(현지시간) 현장 방문에 반대한다는 연명 서한을 보냈다고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美 엘패소 주민들, 트럼프에 "제발 오지 말라" 연명 서한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사건이 일어난 오하이오주 데이턴과 텍사스주 엘패소를 잇달아 방문하기 위해 이날 아침 백악관을 나섰다.

이에 엘패소에서 활동하는 이민자 옹호 단체 '보더 네트워크 포 휴먼라이츠'는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제발 엘패소에서 떨어져 있어 달라. 당신의 언사와 행동이 우리를 끔찍한 순간으로 이끌었다"라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서한에다 "우리 단체와 연명 서명한 주민들은 이 악랄한 범죄 이후 우리의 고향인 엘패소에 오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뜻에서 당신에게 이 편지를 보낸다"라고 썼다.

단체는 이어 "지금은 매우 깊은 슬픔과 애도의 순간이다.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하려는 노력에 감사드리고 있다.

그런데 당신이 여기 나타나는 것은 위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당신이 이곳에 오지 않기를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엘패소 시민단체들은 총격범 패트릭 크루시어스(21)가 범행 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매니페스토) 내용을 보면, 총격범이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를 인용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이라든지, 멕시코 출신 이민자를 강간범이나 범죄자로 몰아세운 수사 같은 것이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이민자들을 동물에 비유하는 등 인종차별적 언사도 유사한 형태라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이 단체는 서한 말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인 우월주의와의 연대를 끊어달라고 호소하면서 백악관의 강경 반 이민정책 주창 관료인 스티븐 밀러 선임고문 등 매파들이 더는 정책을 입안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