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양국간 무역갈등이 환율로 확전될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위안화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의 흐름은 중국 경제에 대한 영향이 관건이다.

◆ 미국,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1992년 이후 처음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미 재무부는 중국의 이중환율제도에 따른 외환시장 불투명성을 이유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2년 넘게 지정했다. 당시 위안화 환율은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공정(고시)환율과 기업간 외환거래를 통한 조절(시장)환율로 나눠진 상태였다.

1990년대에 들어 공정환율과 조절환율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1993년 6월 말 공정환율은 달러 대비 5.7위안인데 반해 조절환율은 10.8위안으로 간극이 컸다.

조절환율이 공정환율에 비해 큰 폭으로 평가 절하되면서 중국 수출업체들이 이중 환율제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자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이를 중국의 편법 보조금으로 간주하면서 환율 제도 변경을 요구했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압박을 가했다.

중국은 편법 보조금은 부정하면서도 환율 제도를 변경했다. 외환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단일화하고 수급 여건이 반영되도록 관리 변동 환율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환율은 33% 평가 절하된 반면 조절환율은 15% 평가 절상됐고, 이 같은 노력으로 미국은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을 해제하게 된다.

한국도 1988년 10월부터 1990년 3월까지 미 재무부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한국이 올림픽 직후 불투명한 외환 거래로 환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즉각 반발했지만 개선 노력으로 환율 제도를 기존 '복수통화 환율제'에서 '시장 평균 환율제'로 전환하면서 외환 투명성을 높였고 17개월 만에 환율조작국에서 해제됐다.
[환율전쟁]한국도 겪었던 美 환율조작국 지정…위안화 강세 예상
◆ 양국 무역갈등 격화…지정 초기 위안화 강세 보일 듯

미국이 경고 없이 환율조작국으로 곧장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를 용인한 것에 반격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재무부의 결정에 앞서 트위터에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뜨렸다. 이는 환율 조작이고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높은 관세를 피할 수 없게 된 중국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의로 위안화 가치를 낮췄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양국간 무역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반발해 공세를 강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은 악화될 수 있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수출 둔화와 금융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초기에는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 한국, 대만, 중국의 사례를 보면 해당국 통화는 지정 초기 강세를 보였다. 다만 경기 둔화에 따른 자금 유출 압력이 확대되면서 위안화가 빠르게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은 교역촉진법이 아닌 종합무역법에 의해 이뤄진 만큼 환율조작국 제재는 IMF 또는 양국간 환율 시정을 위한 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