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자동차·비행기 부품 국산화 추진…제재 장기화 대비
이란 정부가 자동차와 비행기 부품을 국산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서방에 크게 의존했던 이들 부문을 이란이 국산화에 성공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하고 유럽이 이에 동참하는 경우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누셰리 만데기 이란 첨단운송공사 사장은 4일(현지시간) 항공기 부품을 7년 안에 국산화할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만데기 사장은 "국제적 수준에 맞는 항공기 부품을 제조해 관련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며 "항공기 부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로 수입이 제한된 항공기 부품의 상당수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보유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란 핵합의로 해제된 이란에 상업용 항공기와 관련 부품, 서비스 수출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민간 항공기에 대한 제재는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지만 미국은 이를 강행했다.

항공기 분야의 제재가 복원되자 이란 항공사는 교체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자구책에 고심하고 있다.

이란 국영항공사 이란항공은 지난달 23년된 에어버스 A300-600기종 여객기의 낡은 엔진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발견해 자체 기술로 수리한 다른 엔진으로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이란항공은 당시 "엔진 수리·교체는 보통 사흘이 걸리지만 이란 기술자들이 이를 24시간 안에 해냈다"라며 "미국의 제재로 부품을 찾기 어려웠지만 이 난관을 극복하고 여객기를 완전히 수리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란, 자동차·비행기 부품 국산화 추진…제재 장기화 대비
미국의 제재로 자동차 부품 수입이 제한되면서 이를 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란 자동차부품협회의 마지아르 비글루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푸조301 승용차가 이란에서 처음으로 생산되고 있다"라며 "현재 이 자동차의 국산화율이 60% 정도인데 이를 곧 80%까지 올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조201 모델에 장착됐던 푸조·시트로앵그룹(PSA)의 TU5 엔진을 대체할 새로운 엔진을 이란호드로(이란 국영자동차 회사)가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에서 인기 있는 푸조 승용차는 그간 주요 부품을 PSA에서 수입해 PSA의 기술 관리를 받으면서 이란에서 현지 조립하는 방식으로 생산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미국이 이란이 자동차 산업 부문을 제재하면서 이란에 진출했던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바람에 부품 공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이다.

비를루 부회장은 "이란호드로가 푸조 301을 외국 회사와 협력없이 독립적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 300여개 이란 자동차 부품회사가 이 국산화 작업에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은 고용효과가 커 실업난 해결이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인 이란 정부가 집중해 관리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란의 자동차 기술력이 아시아, 유럽 등과 비교하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동에서 유일하게 완성차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제조 기반을 갖췄다.

이란호드로는 1967년 이란의 첫 국내 승용차 모델인 파이칸을 생산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로 외국 자동차 회사가 이란에서 철수하자 중국 자동차 업계가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