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사단 해체·기갑대대 증설…날마다 걱정 더하는 양구 주민들
"병사 빠져나간 동네에 포 소음만 더하는 꼴"…진정한 대화 요구
[르포] "군사보안 핑계로 불통…주민들은 분통 터집니다"
"군사보안 중요하죠. 하지만 그 핑계로 주민들과 아무 소통 없이 모든 것을 결정해버리니, 기사로 소식을 접한 우리들은 분통 터집니다.

"
인구 2만4천 명도 되지 않는 강원도 내 작은 접경도시 양구군. 이곳은 육군 21사단, 2사단이 자리해 '민반군반'(民半軍半)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역 내 복무 장병과 간부, 그 가족들이 지역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하는 양구군은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연일 술렁이고 있다.

육군 사단 하나가 통째로 지역을 떠나가기 때문이다.

양구군에 따르면 정부의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육군 2사단이 올해 말까지 부대 재편과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사단사령부를 양평으로 이전하고 2개 연대와 직할대가 해체돼 연말까지 7천 명이 넘는 병력이 빠져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군 간부와 가족, 병사까지 다 빠져나가면 솔직히 우리는 굶어 죽으라는 얘기 아닙니까"
뙤약볕이 내리쬐는 5일 양구읍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일규(57)씨는 기자의 질문에 분통부터 터뜨렸다.

이곳은 2사단 장병들이 외출·외박 시 지갑을 여는 곳이다.

그는 "위수지역 폐지로 장병들이 춘천까지 넘어가는 마당에 부대까지 떠나가면 적자가 뻔히 보인다"며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하루하루 마음 졸이는 꼴"이라고 성토했다.

[르포] "군사보안 핑계로 불통…주민들은 분통 터집니다"
주변 상인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병의 지갑이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PC방, 당구장, 만화방 업주들도 하나같이 "올해 초 사단 통폐합 소문이 돌 때만 해도 '설마' 했다"며 "뉴스를 통해 부대 해체 소식이 연일 들리자 그저 멍하고 분한 마음만 든다"고 말했다.

한 식당 주인은 "내년부터 양구군이 아니라 춘천시 양구읍으로 지역이 격하되는 것 아니냐"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육군 3군단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양구 지역에 군이 기여하는 경제 효과는 군인 가족 생활비 290억원, 보통교부세 101억원 등 총 607억원에 달한다.

이에 군부대 관련 공사 비용과 장병들이 외출, 외박을 통해 쓰는 돈을 더하면 2사단 해체로 인해 연간 최대 1천억원이 양구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된다.

주민들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양구군 남면 32연대 자리에 K1 전차 수십 대를 보유하는 기갑대대가 창설 소식이 더해져 수십 년 동안 포 사격 소음에 시달린 주민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암·심포·대월·학조리·공리·석현리 등 태풍 사격장 인근 300여 가구는 포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건물 파손·훼손과 가축, 농사 피해 등에 시달려 왔다.

이에 더해 수면 장애, 불안, 흥분 등 심리적인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안대리에 헬기대대가 들어서게 되면 주민들은 포 사격 외에도 헬기와 전차 기동 소음에 고스란히 노출될 상황이다.

[르포] "군사보안 핑계로 불통…주민들은 분통 터집니다"
이 모든 상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까지 가장 큰 문제점을 지역 사회와의 불통으로 꼽았다.

양구군 관계자는 "주민 생활은 물론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사항들인데 적어도 군청과는 먼저 논의가 있었어야 할 것"이라며 "군사보안을 이유로 군이 함구하는 가운데 식당에서 군인들의 대화를 귀동냥까지 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감소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지만 지금이라도 주민 피해를 줄이는 대책을 세우기 위해 정부가 주민들과 진정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구군의회와 사회단체 회원들은 지난달 29일부터 국방부 앞에서 2사단 해체 철회를 요구하며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주에는 국회 앞에서 궐기대회도 예고하고 있다.

군 장병이 빠져나간 동네에 포격과 헬기, 전차 소음만 울리게 될까 봐 양구 주민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르포] "군사보안 핑계로 불통…주민들은 분통 터집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