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팔릴까…KDB생명 네 번째 매각 '시동'
세 차례 실패한 KDB생명의 ‘새 주인 찾기’가 재점화됐다. KDB생명 경영진은 2일 회의를 열어 매각 작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 계열사를 올해 안에 반드시 팔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매각 가격에 따라 KDB생명 사장과 수석부사장에게 최대 45억원을 주겠다는 ‘파격 인센티브’까지 내걸었다. ▶본지 7월 12일자 A2면 참조
이번엔 팔릴까…KDB생명 네 번째 매각 '시동'
10년 묵은 숙제, 이번엔 털까?

산업은행은 2009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을 사들여 KDB생명으로 바꿨다. 인수에만 6500억원을 썼고, 이후 유상증자 등을 포함하면 총 1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5년 안에 되팔 계획이었지만 2014~2016년 세 차례 매각 시도가 모두 실패하면서 10년째 떠안고 있다.

매각의 걸림돌은 늘 ‘가격’이었다. 그동안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있었지만 값이 맞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지금까지 투입한 1조원을 회수하려면 KDB생명 주식 1주당 1만2000원 안팎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가격을 써낼 매수자는 없을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산업은행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KDB생명 경영진에 제시한 인센티브는 ‘주당 7000원 이상’으로 매각할 경우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욱 KDB생명 사장이 지난해 취임 당시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진 인센티브 기준은 ‘주당 9000원 이상’이었다.

보상 조건이 대폭 완화된 것은 산업은행이 가격 협상의 여지를 넓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당 9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KDB생명의 몸값은 8000억원 수준이다. 주당 7000원일 때는 6200억원 선까지 낮아진다.

눈높이 낮춘 산은, 가격 놓고 고심

KDB생명의 적정 몸값에 대해선 시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선 ‘6000억원도 비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생명보험사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인 0.5배를 적용하면 5000억원 수준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자본 사정이 열악해 한동안 제대로 영업하지 못했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우수 인재들이 많이 유출됐다”고 말했다. 반면 예상을 웃도는 값에 팔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가 신한금융에 인수될 때 PBR은 1.1배였다.

잠재적인 매수 후보군으로는 국내 금융지주회사가 거론된다. 생명보험을 강화하고 싶어 하는 KB금융, 생명보험사가 아예 없는 우리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투자자 등 예상치 못한 곳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큰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우면 산업은행이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KDB생명을 기존 생명보험사가 가져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복수의 대형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존 상위권 업체가 가져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13위의 중소형 업체인 KDB생명의 영업 경쟁력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사에 대한 자본 확충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업체들이 인수합병(M&A)에 쓸 돈도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임현우/이상은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