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관련 합의 나올 경우 아프간전 종전 향하는 가장 큰 진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반군조직 탈레반과 18년 만에 휴전을 맺는 대가로 아프간에서 병력 수천 명을 철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탈레반과 휴전 대가로 아프간서 병력 수천명 철수 준비"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탈레반 간에 관련 합의가 이뤄지면 아프간 주둔 미군 규모가 현재의 1만4천여 명에서 8천~9천명 정도로 감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와 비슷한 규모다.

합의 사항에는 휴전협정을 비롯해 탈레반이 극단주의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는다는 조건이 포함될 것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이 합의를 통해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와 직접 평화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현 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대화를 거부해왔다.

이들은 미군 등 외국병력 철수가 먼저 타결돼야 아프간 정부와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미국과 탈레반의 이런 움직임은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관련 미국 특사가 지난 몇 달 간 탈레반과 아프간 내 외국 주둔군을 모두 철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평화협상을 벌여온 끝에 나왔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합의가 오는 9월 말 치러질 아프간 대통령 선거 전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탈레반 지도자들이 협상을 지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합의에 80~90%는 도달했다"면서도 "나머지 10~20%를 채우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미국, 탈레반과 휴전 대가로 아프간서 병력 수천명 철수 준비"
양측 정부 일각에서는 합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탈레반을 신뢰하기 어렵고, 미국이 과연 탈레반 지도자들의 합의 이행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이뤄질 경우 아프간 전쟁을 종식하는 과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라고 WP는 평가했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WP와의 통화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전망이 좋아 돌파구가 마련될 분위기"라며 "걸림돌이 없기를 바라지만 이건 미국 측의 진지한 태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과거 아프간에서 합법 정부를 수립했던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보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이후 아프간에는 친미 정권이 들어섰으나 탈레반은 장악 지역을 확대해 가며 아프간 영토의 절반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 탈레반과 휴전 대가로 아프간서 병력 수천명 철수 준비"
미국은 18년째인 탈레반과의 전쟁을 종식하고자 지난해 탈레반과 협상에 나섰다.

양측은 지난달 29일 탈레반의 대외 창구 사무소가 있는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7차 평화협상을 벌였으나, 이 와중에도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지난달 28일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자마자 부통령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테러가 일어나 20명 이상이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