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등 주요 인사, 해외 세계대전 관련 행사 참석해 과거사 참회
반유대주의 경계 강화…학생들의 홀로코스트 시설 의무방문 주장도
[한일 경제전쟁] 日과 대조적 獨, 끊임없는 '과거사 반성' 통해 극우 견제
독일의 주요 인사들은 해외에서 열리는 1·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행사에 어김없이 참석한다.

가해국으로서 피해국의 국민 앞에서 사죄를 거듭하고 인류의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다져왔다.

특히 과거사의 교훈으로 편협한 국가주의와 인종차별 등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자고 강조해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사를 외면하려 하고, 국가주의가 강화되는 일본과는 두드러지게 비교된다.

◇ 수십년간 계속된 사죄…"폴란드 국민에게 용서구한다"
특히 독일은 인접국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폴란드를 대상으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끊임없이 해왔다.

1970년 12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바르샤바의 전쟁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일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1일에도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바르샤바 봉기'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에게 헌화했다.

그는 "희생자를 기리고 폴란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독일인과 독일의 이름으로 폴란드에서 저지른 일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바르샤바 봉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점령한 바르샤바에서 독일군에 맞서 봉기했다가 폴란드인 20만 명 가까이가 사망한 폴란드의 슬픈 역사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시작한 2차 세계대전으로 유대인 300만 명을 포함해 600만 명의 폴란드인이 숨졌다.

바르샤바를 포함한 주요 도시는 폐허가 됐다.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오는 9월 1일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일 경제전쟁] 日과 대조적 獨, 끊임없는 '과거사 반성' 통해 극우 견제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파리에서 "편협한 국가주의자들의 관점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1차 세계대전은 고립주의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우리에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프랑스 방문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1차 세계대전에서 사실상 독일의 항복문서인 휴전협정이 체결된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 숲을 찾기도 했다.

◇ 독일내 '과거사 반성' 행사…의회에 홀로코스트 생존자 초청
국내적으로도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매년 1월에는 의회에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초청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연다.

볼프강 쇼이블레 연방하원의장은 올해 행사에서 "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모든 나라에서 미래의 기초로 독일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잊지 말아야 하는 우리의 책임은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1944년 7월 20일에 발생한 아돌프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도 매년 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0일 75주년 추모식에서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전승국 정상이 베를린을 방문하면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상징적인 장소인 노이에 바헤를 함께 찾아 헌화한다.

올해도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노이에 바헤에서 고개를 숙였다.

[한일 경제전쟁] 日과 대조적 獨, 끊임없는 '과거사 반성' 통해 극우 견제
◇ 반유대주의·과거사 부정 극우에 견제 나서
독일은 최근 몇 년 간 극우세력이 탄력을 받으면서 반유대주의가 확산하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에 반유대주의 커미셔너직을 신설했고, 반유대주의 범죄를 기록하는 기관도 만들었다.

독일 제1당인 기독민주당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지난달 3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10대 학생들의 학교 커리큘럼에 홀로코스트 관련 시설을 의무방문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독일에서는 극우성향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잇따라 과거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하면서 세력을 키워나가는 데 대한 경계심도 강하게 작동하면서 주요 정치인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강조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포퓰리스트들이 주류 사회에서 지지층을 확보했다"면서 독일은 나치 시대의 과거사 때문에 다른 국가보다 민족주의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더욱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사 반성을 통해 현재 전체주의 세력의 부상을 막으려는 셈이다.

고인이 된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은 198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40주년 기념연설에서 "그 누구든 과거에 대해 눈 감는 사람은 현재를 볼 수도 없다"며 "독일인들은 꾸밈이나 왜곡 없이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제대로 된) 회고 없이는 화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사를 외면한 채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