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이기적 민폐 행위"·외교차관 "한국민, 더는 우호국으로 생각못해"
日대사 초치장면 이례적 긴 10분 공개·국제회의서 한일 등 다수국 공방
[한일 경제전쟁] 거친 말·긴 초치공개·국제회의 공방…정부 대응 모두 이례적
외교 현장에서 볼 수 없는 거친 언사부터 이례적으로 길게 공개된 초치 장면, 국제 다자회의 무대에서 벌어진 공방까지.
일본이 2일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 대상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데 대한 정부의 대응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의 심각함과 상황의 엄중함을 반영하듯 모든 게 이례적이었다.

또한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를 중단시키고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온갖 외교적 노력을 했음에도 일본이 이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데 대한 깊은 실망감도 비외교적으로 여겨질 수 있을 만큼 이례적으로 대응한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 국무회의 모두발언부터 결기가 담겨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를 "이기적 민폐 행위", "대단히 무모한 결정" 등으로 규정하며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경제전쟁] 거친 말·긴 초치공개·국제회의 공방…정부 대응 모두 이례적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일본의 조치는 우호협력 국가의 도리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우리 국민들은 (일본을) 더이상 우호국으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평소 외교 현장에서 나오기 힘든 높은 수위의 경고성 발언이다.

조 차관이 나가미네 대사를 초치한 장면이 10분 이상 취재진에 공개된 것도 전례가 드문 일이다.

조 차관의 모두발언과 나가미네 대사의 답변, 이에 대한 조 차관의 재반박까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외국과 갈등으로 인해 해당국의 서울 주재 대사를 초치하는 경우 통상 비공개로 하거나 공개하더라도 착석 때까지 촬영만 허용한다.

조 차관이 지난달 1일 일본이 수출규제 방침을 밝히자 나가미네 대사를 초치했을 때는 모두발언은 커녕 나가미네 대사의 외교부 청사 출입 장면조차 취재진에 공개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한일 경제전쟁] 거친 말·긴 초치공개·국제회의 공방…정부 대응 모두 이례적
국제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수 국가들이 공방을 벌인 것도 보기 드문 경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오늘 아침 수출 우대조치를 받는 무역상대국 목록에서 일방적이고 임의로 한국을 제외한 일본의 결정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결정을 엄중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등 13개국 외교장관이 모인 자리에서 '일본'을 직접적으로 거명하며 비판한 것. 과거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거듭할 때나 북한에 대한 실명 비판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에 고노 외무상은 "일본의 수출 통제 관련 필수적이고 합법적인 점검은 세계무역기구(WTO) 합의와 관련 규정을 포함한 자유무역 체제와 전적으로 양립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싱가포르와 중국의 외교장관까지 일본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세안_3 외교장관회의는 통상 각 장관이 돌아가며 한 번씩 발언하고 종료되는데 이처럼 다수의 국가가 참여해 공방이 오가는 상황은 낯설며, 이 과정에서 고노 외무상은 4번, 강 장관은 3번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더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일 모두 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