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악화된 가운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전략 물자 수출심사 우대 대상)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추가 수출 규제를 강행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한국거래소는 2일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이 5만5천410원(1돈당 20만7천787원)으로 2014년 3월 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이는 지난달 31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5만4천650원)를 단 이틀 만에 경신한 것으로, 연초(4만6천240원)와 비교하면 19.8%나 올랐다.금 거래량도 급증했다.이날 하루 KRX 금시장에서 거래된 금은 149㎏으로 역대 최대였다.종전 최대는 지난 2017년 12월 20일의 141.2㎏이다.올해 일평균 거래량은 26.7㎏으로 작년(19.6㎏)보다 36.2% 증가했다.투자자별로 보면 올해 KRX 금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수량은 403.5㎏에 달했다.같은 기간 기관은 124.7㎏, 외국인은 6.5㎏을 각각 순매수했다.거래소는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가 특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국내 금 가격은 국제 금 가격에 원/달러 환율을 곱한 뒤 여타 수급 요인 등을 반영해 정해진다.이날 국제 금 가격은 금융정보업체인 텐포어(Tenfore)가 공시하는 국제 금 시세 기준으로 1트로이온스당 1천434.48달러를 기록했다./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끝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양국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대립·갈등 국면에 들어섰다. 서로가 강(强) 대 강(强)으로 맞서면서 ‘멀고 험한 길’을 기어코 택한 것이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민감한 반응도 심상찮지만, 우리 산업계 곳곳에 미칠 엄청난 충격은 가늠조차 어렵다. ‘전면 경제전쟁’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파만파로 지역 안보협력에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이 와중에 북한은 하루 걸러 또 발사체를 쏘아대며 노골적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8일 새 세 차례 이어진 무모한 겁박이다. 북한 김정은은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인 세력에게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놓고 능멸했다.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쏘았다는데도 “탄도미사일로 본다”는 식의 반응을 보면 ‘철통 안보’에 대한 우리 군의 의지와 역량도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미증유의 경제·안보 복합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무엇보다도 퇴로가 안 보이는 한·일 관계가 걱정이다. 문제와 갈등은 양국의 정부가 일으키고, 애꿎은 기업들이 날벼락을 맞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해(自害)를 불사하는 일본의 수출규제에는 아베 정권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겠지만 한국의 정부 여당에도 그런 요인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대화와 협상, 외교를 외면한 채 제 목소리만 낸 결과는 언제나 무서운 법이다. 어떤 형태든 국가 간 무한 대립의 결과는 민초들의 극한적 고통이었다. 가뜩이나 미·중 간 무역전쟁의 확전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앙은행 발(發) 금리인하 경쟁과 통화전쟁 조짐까지 보이면서 침체된 우리 경제를 연일 험지로 몰아넣고 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확전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함께 수습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다.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상응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며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대응하는 게 최선인지도 짚어보기 바란다. 이보다는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실행되지 않도록 남은 기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세워뒀다는 ‘단계별 대응’에 대해서도 관련 업계나 국민들과 내용을 최대한 공유해야 실효성이 제고될 수 있다. ‘일본 대응 예산’이 당초 12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급증했다가 다시 2732억원으로 깎이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국회도 정부도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이 스스로 소재와 부품을 개발할 여지는 과잉 규제로 다 묶어놓고 뒤늦게 이 정도 예산으로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극히 의문이다. 정부 대응도, 국회 예산심의도 ‘죽창과 의병’ 수준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약육강식의 냉엄한 국제질서에는 영원한 우방도 없고, 경제·안보의 구별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참에 ‘네탓’을 입에 달고 사는 정략적 편가르기부터 일소해야 한다. 자주국방과 자립경제를 위해 자강불식(自强不息)으로 국가를 혁신해야 한다. 준비도 없이 덜렁 갔다가 문전박대 당하고 온 국회의 일본방문단 같은 보여주기 정치, 쇼 행정은 떨칠 때도 됐다. 대한민국 품격의 문제다. 정치와 국정운영 방식이 지금이라도 제대로만 혁신된다면 그나마 적은 대가로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위험+기회’라는 위기(危機),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국민의 안위가 달려 있다.
日보복조치에 엄중 항의·즉각 철회 촉구…"우호국 도리 저버리는 행위"나가미네 "경제 악영향 의도없어·불매운동 심히 우려"…조세영 "깊은 실망감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일 일본이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 대상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데 대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했다.조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나가미네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에 극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이어 "일본의 조치는 우호협력 국가의 도리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이러한 보복적인 경제 조치를 취하는 국가를 우리 국민들은 더이상 우호국으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러한 모든 사태의 책임은 일본 측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우리 정부는 일본에 단호히 요구한다.이번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원상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조 차관은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그리고 한일관계와 국제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일본이 해야 할 미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이에 나가미네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전달하겠다면서도 "일본에 대한 조치에 대한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그는 수출규제에 대해 "금수조치가 아니다.양국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음을 이해해달라"고 억지 주장을 내놓은 뒤 "수출관리를 잘 해나가면서 양국 경제 관계를 밀접히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나가미네 대사는 또 "일본 조치를 상세히 설명해 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하지만 양국간 상황은 작년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한일간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잘 대응해주시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양국 외교당국간에 긴밀히 소통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이 있을 때야 말로 국민간의 교류, 지자체간 교류를 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한국에서 시위와 불매운동이 많이 발생한다.한국에 있는 일본인과 기업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고 고조되고 있다.일본에서도 심히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이에 조 차관은 일본 정부의 설명은 일관성이 없다며 "한국 국민들은 전혀 설득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조치가 보복적 성격이 아니고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의도가 없다고 했는데 안일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일본 국민들의 안전을 언급했는데 마찬가지로 한국 국민들이 일본 내에서 혐한 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같이 인식해주시길 바란다"면서 "한국에서 일하는 선량한 일본 국민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본국 정부가 필요한 보호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마찬가지로 일본 내에서 활동하는, 여행하는 한국 국민에 대해서는 안전을 철저히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외교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조 차관과 나가미네 대사의 모두 발언을 취재진에 길게 공개했다.외국과 갈등으로 인해 해당국의 서울 주재 대사를 초치하는 경우 비공개로 하거나 공개하더라도 착석 때까지 촬영만 허용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에서 이날 상황은 이례적이었다.한편 나가미네 대사는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면서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철회한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