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의 외교대표들을 '원숭이들'이라고 조롱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로 재직하던 1971년 10월 26일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과 통화하는 가운데 문제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닉슨 전 대통령쪽에서 고스란히 녹음했고 이를 담은 테이프는 국립문서보관소에 오랫동안 소장돼 있었다.

녹음 테이프는 정보공개 청구절차를 통해 최근에 와서야 빛을 보게 됐고 그 내용이 31일(현지시간) 시사지 애틀랜틱에 의해 상세히 보도됐다.

애틀랜틱에 따르면 레이건은 전날 유엔총회에서 대만을 축출하고 중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데 대한 불만을 닉슨에게 토로했다.

레이건은 당시 대만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특히 유엔 총회장에 있던 탄자니아 대표단이 이를 기뻐하며 춤추는 것을 보고 기분이 크게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닉슨에게 "어젯밤 내가 TV에서 본 걸 봐주세요"라고 말하고 "네"라는 짧은 답을 들은 것으로 돼 있다.

"레이건도 아프리카인을 '원숭이'라고 불렀다"…녹음파일 공개
그러자 "이 아프리카 국가의 원숭이들을 보세요.

이것들은 아직도 신발 신는 걸 거북해 해요"라고 말을 이어갔고 닉슨은 요란한 웃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언에 앞서 닉슨이 레이건에게 아프리카 국가들의 투표에 대단히 실망했다고 말한 부분도 녹음 테이프에 포함돼 있다.

닉슨 전 대통령은 통화를 마친 뒤 윌리엄 로저스 당시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건 용건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레이건의 불편한 심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닉슨이 로저스 전 장관에게 레이건이 했다는 말을 옮기는 상황도 녹음 테이프에 담겨있다.

레이건이 "어젯밤 TV에 나온 이런 식인종들"이라고 비웃었고 "빌어먹을, 이들은 신발도 신지 않고 있었어"라고 말했다는 것이 닉슨의 설명이었다.

몇시간 뒤 로저스 장관에게 닉슨 대통령이 전한 레이건 주지사의 발언은 약간 비틀려져 있었다.

닉슨 대통령은 "펄쩍펄쩍 뛰기만 하는 이 식인종들. 보아하니 아주 괴기스런 모습이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고 로저스는 이에 "형편없는 장면이었다"고 대꾸했다.

두 사람은 당시의 유엔 총회 상황을 실제로 보지는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