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재발견한 보석 김선기, 11이닝 무실점 행진

안우진 부상이탈로 잡은 선발 기회…연속 경기 무실점 쾌투

먼 길을 돌아온 김선기(28)가 키움 히어로즈의 든든한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김선기는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피안타 5개, 볼넷 1개, 삼진 3개를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2승째를 거뒀다.

김선기는 세광고 3학년 때인 2009년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에 계약금 43만 달러를 받고 입단했다.

타지 생활은 힘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꿈을 위해 달려갔지만,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2014시즌 후 방출됐다.

한국으로 유턴한 김선기는 2016년 상무에 입단해 2년의 세월을 보낸 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2018년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KBO리그 데뷔 첫해 김선기의 존재는 미미했다.

지난해 21경기에 출전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94의 초라한 성적을 냈다.

직구-슬라이더의 단조로운 투 피치 유형에 직구 최고 구속도 140㎞ 중반에 불과했다.

김선기의 꿈은 그렇게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러나 김선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커브, 체인지업을 다듬고 제구력을 끌어올리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 부상 이탈한 안우진을 대신해 선발 등판했다.

그는 5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깜짝 호투를 펼치며 KBO리그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키움 장정석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은 김선기는 31일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도 안정적인 피칭으로 LG 타선을 요리했다.

그는 4회까지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며 실점하지 않았다.

1회 2사 1루에서 상대 팀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페게로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2회 1사 1루에선 김민성을 삼진, 이성우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다.

3회 1사 1루에서도 오지환과 페게로를 맞혀 잡았고, 4회 1사 1루에선 김민성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6회에도 1사 1루 위기를 맞았지만 페게로와 채은성을 모두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김선기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3㎞에 불과했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걸치는 뛰어난 제구력이 돋보였다.

경기 후 김선기는 "어제 경기에서 LG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역이용했다"며 "박동원의 리드가 좋아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우진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다시 계투로 갈 수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팀에서 주는 보직은 무엇이든 열심히 할 것"이라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