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사고 사망자, 복귀 두달만에…유족 "비 많이 와 걱정했는데"

"오늘도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배수시설 공사장에서 작업 중 폭우로 고립됐다가 숨진 구모(64)씨의 유족은 시신이 안치된 이대목동병원 영결식장 앞에서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숨진 구씨의 아내 A씨는 "남편은 평생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유족과 동료에 따르면 구씨는 최근 건강에 이상이 생겨 잠시 작업을 쉬다가 현장으로 복귀한 지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했다.

A씨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회사에서는 남편이 공사 마무리를 지어 줬으면 해서 (쉬고 있던 남편을) 부른 것 같다"며 "나이도 있고 해서 (현장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눈물을 삼켰다.

이어 "오늘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일을 안 시켰으면 좋겠는데, 이런 날 오히려 일이 늘어난다"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연신 A씨의 어깨를 감싸고 다독이던 아들은 "아버지 소지품에 내 회사 명함이 있었다"면서 "명함이 물에 젖어 글씨가 안 보이니까 (경찰이) 회사 대표번호를 통해 연락했는지, 회사를 통해 사고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관계자들이 빨리 상황을 설명해줘야 하는데, 아직 어떻게 된 건지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직원은 이날 오후 2시 10분께 병원에 찾아와 유족들과 장례 절차를 협의했다.

이날 오전 8시 24분 서울 양천구 목동의 빗물 저류시설 수로의 유지관리수직구 인근에서 작업자 3명이 고립돼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립된 작업자 가운데 협력업체 직원인 구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구씨와 함께 작업하던 시공사 직원 안모씨와 미얀마 국적 협력업체 직원 등 2명은 당국이 계속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