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참사랑농장 대표 "아프지 않은 닭 예방적 살처분, 이해 안 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한 전북 익산의 동물복지 농장주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자연 양계를 배운 유소윤(56)씨는 27년간 군 생활을 한 남편, 친정 동생과 함께 2015년 익산시 망성면으로 귀농했다.

유씨 가족은 육계 농장을 인수한 뒤 개조해 동물복지농장인 '참사랑농장'을 열었다.

7억원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AI 예방적 살처분 거부' 동물복지 농장주 파산 위기
이윤 추구보다는 건강한 먹거리 공급과 동물복지가 신념이었다.

600평 규모의 이 농장의 특징은 기존 케이지형 밀집 사육 방식처럼 닭을 좁은 닭장에 가두지 않고 계사 내에 횃대를 설치해 닭들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만든 점이다.

그만큼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닭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이 농가는 동물복지 기준(㎡당 9마리)보다 넓은 계사에 닭들을 방사하고 친환경 사료와 영양제를 먹여 친환경 인증과 동물복지인증,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 인증)을 받았다.

이곳에서 닭 5천여 마리를 키우던 유씨에게 2017년 시련이 닥쳤다.

그해 3월 초 농장에서 2㎞가량 떨어진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바람에 이 농장의 닭들마저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주변 농장 16곳의 닭 85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하지만 유씨는 "친환경적으로 닭을 키웠기 때문에 살처분할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그 사이 AI 최대 잠복 기간인 3주가 지났고 재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대가는 참혹했다.

달걀 20만개의 반출이 금지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달걀들을 땅에 묻어 폐기했다.

익산시는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며 참사랑농장을 고소까지 했다.

유씨 가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5월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농장이 넓고 청결하게 관리돼 친환경 인증과 동물복지인증을 받아 보호지역의 다른 농장보다 AI 발병 우려가 낮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AI는 사람·조류·차량 등을 통한 접촉으로 발병하는 점을 비춰보면 원고의 사육 형태와 같은 농장에만 AI 발병 우려가 현저히 낮아 예방조치를 달리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이 나오자 동물보호단체는 반발했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이 사이 유씨 가족의 빚은 쌓여만 갔다.

매달 사료 대금과 전기료 등 2천만원가량의 유지비가 드는데 달걀 출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자금 압박이 커졌다.

지난해 AI 발병 당시 땅에 묻은 계란 보상비로 2천700여만원을 받았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대출도 못 받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파산 위기에 스트레스를 받은 유씨는 현재 잇몸이 무너지면서 안쪽 이가 다 빠졌다.

함께 농장을 했던 친정 동생은 당뇨병에 교통사고까지 당하는 악재를 겪었다.

유씨는 "AI 발병 때 살처분했으면 2억원을 받았을 텐데 우리는 돈을 좇은 게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 공급과 동물복지를 실현하려고 했다"며 "그런데도 익산시는 우리를 보상금이나 더 받으려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프지도 않은 닭들을 예방적 살처분하라는 행정명령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획일적인 행정을 비판했다.

익산시는 "참사랑농장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당시 상황과 규정을 고려한 불가피한 행정적 조치였던 살처분 명령의 취소 소송과는 별개로 앞으로 농장이 정상화할 때까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