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대리점 모습(사진=연합뉴스)
휴대폰 대리점 모습(사진=연합뉴스)
LG유플러스가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SK텔레콤과 KT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통신 3사의 5세대(5G) 이동통신 출혈경쟁에 소비자들은 난색을 보인다. 롱텀에볼루션(LTE) 시절과 다를 바 없는 불편한 데자뷔에 소비자들의 피로감만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24일 방통위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제 13조에 따른 실태점검과 사실조사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LG유플러스는 5G 서비스 개시 이후 SK텔레콤과 KT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막대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G망 구축과 서비스 개발 대신 불법 보조금 경쟁에만 치중하면서 건전한 서비스·요금 경쟁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한 통신사가 불법 보조금을 이유로 경쟁사를 방통위에 신고한 사례는 2015년 단통법 시행 후 처음 있는 일이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 모델별 리베이트 단가표'와 리베이트 지급 사례 등 구체적인 자료를 방통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KT는 '적반하장'이라며 발끈했다. "불법 보조금 살포로 방통위에서 경고를 받은 횟수는 LG유플러스가 더 많다"며 반박했다.

통신 3사의 진흙탕 싸움은 일찍이 예견됐던 일이다. 통신사들은 최대 70만원의 공시지원금과 함께 불법 소지가 있는 판매장려금을 지속해서 투입했다.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공짜폰' 판매, 20만~30만원에 달하는 페이백(현금을 되돌려주는 행위)이 성행했다.

불법 보조금 덕에 가입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5G 상용화 69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한 것.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커버리지(서비스 범위)로 네트워크 품질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G 단말기로 LTE 네트워크를 쓰는 'LTE 우선모드'가 5G 시대의 현주소란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

이는 4세대 이동통신인 LTE 상용화 당시와 꼭 닮았다. 통신 3사의 불법 보조금 경쟁이 기승을 부리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소비자들은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결국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는 2014년 3월 과도한 불법 보조금을 지급 중단 명령을 어긴 통신 3사에 45일간의 사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통신사의 출혈 경쟁에 애꿎은 소비자들과 휴대전화 판매업주, 제조사들이 피해를 입었다.

방통위의 불법 보조금 실태 조사로 통신사들의 과열경쟁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2014년 영업정지 기간에도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 사례가 수차례 적발됐고, 영업정지 후 다시 불법 보조금이 성행했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실태 조사가 불법 보조금 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 갤럭시 노트10이 출시되면 불법 보조금 경쟁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 방통위의 실태 조사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5G 네트워크 전국망 구축은 빨라도 내년 말이다. 통신사들이 좋은 품질이나 차별화된 서비스, 요금제가 아닌 불법 보조금 경쟁에 치중해 가입자를 늘린다면 고객의 원성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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