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군자역 인근에서 한 30대 남성이 탈취한 구급차가 순찰자 7대에 포위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탈취범은 구독자 6000여 명을 보유한 유튜버 김모씨(36)였다. 김씨는 송파구 한 도로에서 구급대원들이 현장 조치를 하는 사이 119구급차에 올라타 12㎞가량 몰았다. 경찰에게 붙잡힌 김씨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풀tv 등 각종 인터넷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벗방(옷 벗고 하는 방송), 야방(야한 방송) 등의 수준을 넘어 범죄까지 저지르는 ‘1인 크리에이터’가 속출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범죄’를 소재로 한 영상들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지만 방송 자체를 막을 순 없어 인터넷방송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에서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운다는 뜻의 은어)를 검색했을 때 등장하는 동영상 화면. 두 영상의 조회 수는 각각 23만 회, 2만4000회를 넘겼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운다는 뜻의 은어)를 검색했을 때 등장하는 동영상 화면. 두 영상의 조회 수는 각각 23만 회, 2만4000회를 넘겼다. /유튜브 캡처
“관심 끌려고 더 자극적으로”

지난 3월 충북 청주에서는 폭발물 신고 소동이 벌어졌다. 인터넷방송 진행자 A씨(20)가 “수류탄을 주웠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를 했다가 폭발물처리반(EOD)과 경찰관, 소방관 등 50여 명이 A씨 집에 출동한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군대와 관련해 어떤 것이라도 해보라는 시청자의 요구를 받고 허위신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 인터넷방송 진행자 임모씨(27)는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운다는 뜻의 은어) 방송’을 하다가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깨진 술병 조각으로 수차례 찔러 징역 1년형을 받았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인터넷방송 진행자의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방문자 수를 늘리고 시청자의 기부금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법방송 신고가 급증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인터넷방송 심의 건수는 2017년 286건에서 지난해 481건으로 68% 늘어났다. 올 상반기에만 419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방심위가 방송 진행자의 징계 등을 요구한 시정요구 건수는 19건에 불과했다.
방송법으로 처벌 못해

청소년들이 불법 인터넷방송에 노출돼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지난해 방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하루 평균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시간은 114분에 달한다. 또 응답자 중 4분의 1가량은 방송 진행자에게 기부한 경험이 있었다.

방송법에선 공익을 해치는 방송을 하는 경우 방송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방송사업자는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방송법에 따른 처벌을 할 수 없다. 또한 현행법에서는 인터넷방송에서 유해정보로 벌어들인 수입을 과징금으로 몰수하는 등의 조치도 불가능하다. 방심위는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방송 플랫폼의 인터넷방송 진행자 활동을 막고, 경찰에 알리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 개별 방송 플랫폼들이 자율규제를 하고는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문제가 된 진행자가 다른 방송 플랫폼에서 방송을 재개하기도 한다.

인터넷방송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26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방송에 대한 별도 심의체계를 규정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각에선 인터넷방송 관련 법률을 마련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규제하는 별도 법률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국 콘텐츠는 규제가 어려워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방심위가 적극 나설 수 있는 방향으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