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하철역서 시위대 마구 구타…취재기자도 여러 명 부상
흉기 공격 사건도 발생…시위대, 경찰서 포위하고 경찰차 훼손
홍콩 '백색테러' 규탄집회 극렬 충돌로 부상자 속출
27일 홍콩 위안랑 지역에서 열린 '백색테러' 규탄 집회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극렬한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둘러싼 논란도 빚어졌다.

28일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주최 측 추산 28만8천명이 참여해 위안랑(元朗)역 일대에서 열린 백색테러 규탄 집회에서 다쳐서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17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대부분은 안정을 되찾았으나, 이 가운데 2명은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집회는 21일 발생한 '백색테러'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 21일 밤 위안랑 전철역에는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이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 최소 4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해 홍콩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전날 시위에서 부상자가 많은 것은 일부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대부분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는 위안랑역 인근 도로를 점거한 채 평화 행진을 하면서 백색테러를 규탄했으나, 흥분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오후 3시 무렵 일부 시위대가 위안랑 경찰서를 둘러싸고 문을 두드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은 나뭇가지와 흙을 경찰서 안에 던져넣으며 21일 백색테러 사건 당시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난했다.

오후 5시 무렵에는 한 무리의 시위대가 주차해 있던 경찰차를 발견해 공격했다.

이들은 유리창을 깨고 차 안에 돌을 던져넣었으며, 경찰차 위에 스프레이로 경찰을 비난하는 표어를 적기도 했다.

시위대는 오후 7시 무렵 위안랑 역 인근에서 한 무더기의 각목과 일본도, 중국 무장경찰이 쓰는 헬멧과 비슷하게 생긴 헬멧 등이 실린 차량을 발견하기도 했다.

차량의 주인은 인근 마을 주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가 저물자 시위대는 대부분 해산하는 분위기였으나, 밤 10시 무렵 경찰이 갑작스레 위안랑 역에 들이닥쳐 시위대를 공격하는 바람에 과잉진압 논란이 벌어졌다.

이들 경찰은 경고도 없이 들이닥쳐 시위대에게 곤봉을 마구 휘두르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으며, 이로 인해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일부 시위대를 체포하고 역 밖으로 물러났다.

전날 시위대는 경찰의 후추 스프레이 등을 우산으로 막아 2014년 대규모 도심 시위인 '우산 혁명'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우산 혁명은 2014년 당시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 분사를 막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날 시위에서는 경찰이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을 다치게 하는 사건도 여러 건 발생했다.

한 취재기자는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복부를 맞았으며, 경찰이 취재기자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 사건도 여러 건 발생했다.

홍콩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PRESS'(언론)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쓰인 조끼를 입고 취재에 나서 식별이 쉽다는 점에서, 경찰이 이들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홍콩 정부는 이날 새벽 성명을 내고 시위대의 폭력을 비난하면서 이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홍콩 '백색테러' 규탄집회 극렬 충돌로 부상자 속출
시위 현장 인근에서는 한 65세 남성이 옆에 있던 생면부지의 24세 남성의 배를 갑작스레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피해 남성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가해자는 다른 시민들에게 제압당했고, 이어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경찰에 끌려가는 내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사람을 죽인다'라고 소리쳐 시위대에 반감을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백색테러 규탄 시위대는 대부분 검은 옷을 입었다.

시위 현장에는 홍콩 링난대학 학장인 정권한(鄭國漢)도 나와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전날 오전 링난대학 학생 1천여 명은 학내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이사회 일원인 친중파 입법회 의원 허쥔야오(何君堯)를 이사회에서 축출할 것을 요구했으며, 정 학장은 관련 특별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허쥔야오는 백색테러 가담자들에 대해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 한 행동이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공분을 샀다.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셩완 지역에서 출발해 쑨원기념공원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경찰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이날 집회를 불허했지만, 주최 측은 행진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날 행진이 끝나는 쑨원기념공원 근처에는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있어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중련판 건물 앞까지 가 중국 국가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지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내 중국 정부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