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해양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SNS에서 눈길 끄는 제주 예술가
관광객이 바다에 던진 와인 코르크 마개는 초미니 화분으로, 찢어진 그물은 장난감 배의 일부분으로 거듭났다.

페트병은 꽃 한송이로 피어났다.

어선에서 떨어져나온 폐목재는 행인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로 다시 태어났다.

이렇게 만든 업사이클링 작품이 벌써 100점이 넘는다.

제주도 바닷가의 쓰레기를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업사이클링 작가 김지환(42)씨의 손을 통해서다.

최근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유튜브 등 SNS에서 김씨의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

김씨의 작품을 접한 이들은 "취지도 좋지만 작품성도 뛰어나다"고 호평한다.

누리꾼이 인스타그램 등에 김 작가의 작품을 찍어 올린 게시글도 100건을 훌쩍 넘는다.

그의 대표작을 소개한 한 유튜브 영상에는 "업사이클링이 (해양 쓰레기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김씨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나는 해양 전문가도 아니고 환경 운동가도 아니다"라며 "예술가로서 내가 사는 제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SNS 세상] '해양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SNS에서 눈길 끄는 제주 예술가
김씨가 해양 쓰레기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4년 집 근처인 제주도 애월읍의 해변을 산책하다 우연히 목격한 장면이었다.

플라스틱 부표, 스티로폼 조각, 어망, 일회용 페트병과 커피 컵, 플라스틱 바구니와 조리도구 등 온갖 쓰레기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인천에서 줄곧 생활하다 제주도의 자연이 좋아 2013년부터 가족과 함께 이주한 김씨는 "아름다운 곳인 줄만 알았는데 해양 쓰레기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며 "'청정' 제주라지만 그 이면은 곪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더 악화됐다"며 "애월읍이 예전부터 관광지로 알려진 곳인 데다 최근에 잇달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여행객이 불어난 영향도 큰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해안가 전역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1만2천142t. 2016년 5천501t에서 2년 만에 곱절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제주 해안가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를 부검했더니 비닐봉지와 어망 등 해양쓰레기 50여점이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 작가는 "이런 게 드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슬프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엽서 속 그림에서 보던 제주도 바닷가의 청정함을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인하대 미대를 나와 제주 영평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미술을 가르치는 김씨는 일단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SNS 세상] '해양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SNS에서 눈길 끄는 제주 예술가
바닷가로 나가서 쓰레기를 주웠고, 애월읍의 한 폐가를 개조해 공방으로 꾸민 뒤 휴일이나 저녁 시간 등 여유가 있을 때마다 작품을 만들었다.

김씨는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남은 인생을 이 일에 투자하겠다는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작품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마을 장터에 가지고 나가는 등 알리기 시작하자 입소문이 났다.

제주에서 전시회도 열었고, 작품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최근에는 제주의 환경 보호에 뜻이 있는 이들과 함께 해양문화교육협동조합이라는 단체도 만들었다.

조합 활동의 일환으로 해양 쓰레기 수거 봉사와 강의를 한다는 김 작가는 "수강생 대부분이 제주에 사는 어린이들"이라며 "나보다 훨씬 더 오래 제주도에 터를 닦고 살 이들인데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