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로 가는 길 매우 까다로워
美도 미사일방어 등 전투력 강화
공교롭게도 이날 아침 북한은 원산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다시 발사해 지정학적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달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되려는 시점이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을 이유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시작하면서 동북아시아 안보협력 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마당이다.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독도 영공과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침범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날 대담은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맡았다.
▷박태호 원장=오늘 도발에서 보듯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전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결국은 핵보유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케네스 와인스타인 소장=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은 가파른 산과 같다. 대단히 까다롭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목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협상을 이어가되 최종적으로는 비핵화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지금 해야 할 말은 ‘이 협상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 국방부에서 미사일방어시스템, 항공모함시스템 등을 잇따라 강화한 것 역시 이 같은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 위원장을 최대한 협상 테이블로 유도해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 원장=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 전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가.
▷와인스타인 소장=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김 위원장을 만나면서 ‘미국이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다. 하지만 실무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협상 담당자조차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박 원장=3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와인스타인 소장=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정황은 포착된 것이 없다. DMZ 만남에서 봤듯이 상황은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진지하게 협상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