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4일까지 진행된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의견수렴 기간에 이례적으로 1만여 건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대다수가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에 찬성한다는 내용이라고 일본 언론에 흘리고 나섰다.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대부분 물자의 대한(對韓) 수출의 발목을 잡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NHK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날까지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을 위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례적으로 1만 건이 넘는 의견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기업 관련 사안에 의견이 1만 건이나 몰린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며 일반인이 대거 의견을 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NHK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에 찬성하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의견수렴에 한국 정부와 5개 경제단체도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제산업성은 인터넷 전용창구와 이메일 등을 통해 접수된 의견을 정밀 분석하겠다고 했지만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정해놓은 만큼 형식적 절차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찬성 의견이 많다는 것을 ‘보복 강행’의 명분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일본은 앞으로 한국으로 수출 때 중국, 인도 등에 대한 수출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수출 건마다 경제산업성의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수출허가 심사기간이 대폭 늘어나고, 수출허가가 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실상 한국에 대한 거의 전 품목의 부품·소재 공급 ‘목줄’을 죄게 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이달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의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현재 27개국에 적용 중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도 함께 고시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내놓은 핵심 수출규제 카드다. 정치·외교 문제를 두고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세계 여론이 악화되자 일본은 도쿄 주재 각국 대사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여는 등 국제여론 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삼은 ‘부적절한 사안’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일본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