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안티에 바이타스(53·사진)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외젠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 작품 전곡 연주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8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바흐 작품 세 곡, 이자이 작품 세 곡을 연주한 데 이어 25일 같은 장소에서 나머지 곡들을 들려준다.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교수인 그가 2014년 제자인 박혜윤과 국내에서 듀오 무대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독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만난 바이타스는 “지난주 공연에서 한국 관객의 수준이 높고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 데 놀랐다”며 “특히 젊은 관객이 많아 60대 전후가 대부분인 유럽과 비교가 됐다”고 말했다.
네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바이타스는 “음악 애호가였던 어머니 덕에 시작했지만 나를 키운 건 독일의 음악교육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 전 동독의 작은 마을인 브란덴부르크주 콧부스에서 자랐다. 당시엔 정부가 나서서 예체능에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했다. 그는 “그 덕분에 열두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문 음악교육을 받았다”며 “개인 레슨을 받아야 했다면 경제적 여유가 없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타스는 1987년 크라이슬러 콩쿠르, 1988년 바흐 콩쿠르, 1991년 하노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시간을 쥐어짜며 산다”는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연주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까지 9년간 카메라타베른 예술감독을 맡았고, 10여 년간 장기엔 케라스(첼로), 타베아 치머만(비올라), 다니엘 세펙(바이올린)과 알칸토 콰르텟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유명 연주자들이 주로 쓰는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넬리가 아니라 2001년산 페터 그라이너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악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색이고 연주자는 자신만의 소리를 가져야 합니다. 고악기 소리는 분명 아름답지만 연주자의 개성을 온전히 보여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악기 명성에 기댈 게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고 더 넓은 영역을 보여줄 수 있는 자기 소리를 찾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