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 일거리 없자 지인 통해 고랭지 쪽파 파종 작업 소개받아
"거의 다 왔다" 밭 주인과 통화 직후 급경사 내리막 구간서 사고
22일 내외국인 근로자 13명의 사상자가 난 사고 승합차는 최종 목적지로 알려진 경북 봉화군 석포를 지나 급커브와 내리막 경사가 심한 삼척 '석개재'를 운행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승합차는 이날 이른 새벽 충남 홍성을 출발했다.

사고 승합차에는 60∼70대 내국인 노인 7명과 30∼40대 태국 국적인 외국인 9명 등 16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사고로 숨진 운전자 강모(61·여·충남 홍성)씨를 중심으로 한 팀을 이뤄 주로 대전 홍성지역에서 밭일을 했다.

강씨는 최근 홍성에 일거리가 없자 지인을 통해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의 쪽파 파종 작업을 소개받아 지난 19일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삼척을 비롯해 인근 태백, 정선 등은 고랭지 채소 농사를 많이 하는 곳으로, 파종과 수확 시기에는 늘 일손이 부족하다.

그러나 제15호 태풍 '다나스'의 북상 소식에 쪽파 파종 작업을 미뤘다가 이날 일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330여㎞ 구간을 5시간에 걸쳐 운행했다.

하지만 사고 승합차는 최종 목적지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를 지나쳤다.

석포리는 910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보면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까지 가기 전에 나타나는 마을이다.

운전자 강씨는 사고 직전인 이날 오전 7시께 석포의 쪽파밭 주인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쪽파밭 주인은 약속 시각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강씨에 전화를 걸어 "왜 안 오느냐"고 물었고 강씨는 "거의 다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종 목적지를 지나치면서 경로를 벗어나 우회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차량에 타고 있던 부상자 이모(70·여)씨는 "장거리 운행을 했는데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 의아했다"며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상자도 "한참을 달려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자 일부에서 '아직 멀었냐', '밥도 먹지 못했는데 너무 멀리 괜히 왔다', '다시는 오지 말자'는 등의 푸념을 하기도 했다"고 사고 전 상황을 전했다.

결국 최종 목적지를 놓친 승합차는 경사가 심하고 급커브가 많은 내리막 구간을 운행하다 전복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변이 발생했다.

사고 승합차 탑승자 16명 중 태국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는 9명으로 모두 불법 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명은 사고 직후 달아나 종적을 감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