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금융지주는 동남아시아 현지 금융회사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AIG손해보험의 ‘M&A(인수합병)보험’에 가입했다. 인수 기업에 대한 계약서 내용이 실제와 다를 경우 관련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M&A보험은 기업을 인수하는 사모펀드와 기업의 ‘M&A 리스크’를 줄여주는 보험이다. M&A에는 면밀한 기업 실사가 필수다. 매수인은 법률과 재무자문사를 통해 매수할 기업에 우발채무가 없는지, 피소 가능성 등 법률적 위험은 없는지, 인지하지 못한 세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핀다. 계약 이후 이런 리스크가 발견되면 금전 손실뿐 아니라 경영 전략상의 손해도 크기 때문이다.

M&A 계약에는 매도인이 기업의 현 상태를 자세히 알리고 책임지는 ‘진술 및 보증’ 조항이 있다. ‘현재 부채는 100억원 이상이 아님을 보증한다’는 문구와 이를 어길 시 매수인에게 손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는 방식이다. 매수자가 기업을 인수한 뒤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을 발견하더라도 곧바로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다. 지루한 소송을 벌여야 할 때도 있다. M&A보험이 필요한 이유다. 매도자도 M&A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진술 및 보증 위반에 대해 관련 사항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조건 하에 매수자의 손해청구에 따른 채무를 보험사가 내준다.

영국 호주 등에선 일반화된 이 보험이 국내 M&A에 활용된 건 2012년 이후다. AIG손해보험과 현대해상, 에이스아메리칸화재 등이 관련 상품을 팔 수 있는 국내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AIG손해보험 관계자는 “국경을 넘나드는 M&A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글로벌 보험사들이 이런 M&A보험을 주로 다루는 것도 각국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