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취소가 결정된 서울 지역 자사고 8개 학교의 청문 절차가 22일 시작됐다. 서울교육청은 24일까지 청문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26일께 교육부에 지정취소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재지정 탈락' 서울 8개 자사고 '운명의 한 주'…학부모들 "일반고 수준 높았으면 자사고 안보내"
서울교육청은 22일 경희고와 배재고, 세화고를 시작으로 사흘간의 청문 일정에 들어갔다. 23일 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 24일 중앙고·한대부고의 청문이 예고돼 있다. 청문은 학교 측 입장을 듣는 자리로 지정취소 절차 중 하나다. 교육청이 평가 결과와 청문 내용을 토대로 교육부에 지정취소 동의 요청을 하면 교육부는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연 뒤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의 요청이 오면 최대한 빨리 결론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서울 지역 자사고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먼저 청문을 진행한 경희고의 이정규 교장은 기자들과 만나 “자사고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교육했다”며 “반드시 자사고를 복원시키겠다”고 밝혔다. 학부모 대표로 청문에 참석한 이숙영 학부모회장은 “학생들이 자사고를 가고 싶어 선택했는데 평가라는 이유로 좌절감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민섭 학생회장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청문이 진행된 서울교육청 정문 앞에서는 자사고 학부모들이 ‘장외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전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학생 등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연 데 이어 청문 기간에는 서울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집회에 참여한 배재고 1학년 학부모 A씨는 “일반고의 수준이 높았으면 아이들을 자사고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황폐화된 일반고 수준을 높여야지 자사고를 없애선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희고의 한 학부모는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것”이라며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오는 25일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열고 전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위원회 심의 결과를 토대로 29일께 최종 동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