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주식형펀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반쪽 승리’에 그치자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가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협상, 소비세 인상 등 증시에 부담을 줄 요인들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44개 일본 주식형 펀드의 최근 일주일간 수익률은 -2.87%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20개 지역별 펀드 가운데 손실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0.08%였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란 분석이다. 지난 21일 끝난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개헌발의선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 약화 우려는 일본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이라며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뤄졌던 미·일 무역협상이 재개되고, 소비세 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닛케이225 지수는 50.20포인트(0.23%) 하락한 21416.79에 마감했다.

엔화 강세도 일본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4월 말 달러당 112엔대였지만 현재 107엔대로 떨어졌다. 시장의 예상대로 이달 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약세로 엔화 가치는 더욱 오를 수 있다.

한국 호주 등 주변국이 금리를 인하했지만 일본은행(BOJ)은 통화정책 완화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최윤미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는 다른 나라보다 환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역사적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일본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증시 하락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엔화 강세는 일본 업체들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 조선업종 등에는 호재로 꼽힌다.

오는 10월 예정된 소비세 인상(8→10%)도 일본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하반기부터 소비감소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같은 부정적 전망에 일본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연초 이후 설정액이 810억원 줄어들었다.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박주선 연구원은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 다음달 중순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게릴라성 경제 보복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규제가 한국 경제, 기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