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회사채 초호황 '끝'…한진 등 BBB+급 모집액 대거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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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량채권 평가 더 엄격해져
금리 年 3% 초반도 투자 '주저'
금리 하락에 웃음짓던 기업들
다시 자금조달 전략 '고심'
금리 年 3% 초반도 투자 '주저'
금리 하락에 웃음짓던 기업들
다시 자금조달 전략 '고심'
▶마켓인사이트 7월 21일 오후 3시21분
대한항공 등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연이어 투자 수요 확보에 실패하면서 1년 가까이 이어진 공모 회사채 시장의 ‘완판 행진’이 끝났다.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초호황을 누리던 회사채 시장에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 19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60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금리는 연 3% 안팎이었다. 800억원을 모집하는 2년물은 연 2.65~2.85%, 1700억원어치를 예정한 3년물은 연 3.07~3.27%의 금리로 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석 달 전 2000억원 규모의 2년물 회사채 발행에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매수세가 몰려 흥행에 성공한 경험이 자신감을 줬다.
결과는 흥행 실패였다.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모집액에 한참 못 미치는 60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지난 12일엔 같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한진이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1000억원 모집에 ‘사자’는 610억원에 그쳤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건 2018년 9월 두산중공업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어 AJ네트웍스도 모집액(600억원)을 가까스로 넘기는 매수 주문(630억원)을 받는 데 그쳤다. 모두 신용등급이 비우량(BBB+)인 회사들이다.
전문가들은 비우량 회사채 수요를 뒷받침하던 개인투자자들의 태도가 바뀐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채 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업 신용위험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개인들은 증시가 부진한 데다 부동산시장 규제마저 강화되자 고금리 금융상품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연 4~6%대 금리를 주는 BBB급(신용등급 BBB-~BBB+) 회사채 인기도 뛰었다. BBB급 공모 회사채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참여금액/모집금액)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줄곧 1 대 1에도 못 미치다가 2017년(1.42 대 1) 처음으로 1 대 1을 넘겼다. 지난해(2.97 대 1)와 올 상반기(3.91 대 1)에는 경쟁률이 치솟았다.
최근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간판급 기업마저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될 처지에 놓이자 비우량 채권에 점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 들어서만 이마트 LG화학 SK텔레콤 등 7개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44개로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한 증권사 리테일 채권판매 담당자는 “운용자산이 넉넉한 투자자들은 금융지주사 등 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연 3~4%대 영구채(신종자본증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외 기관들의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돼 기업 실적이 더 나빠지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부터 꺾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대한항공 등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연이어 투자 수요 확보에 실패하면서 1년 가까이 이어진 공모 회사채 시장의 ‘완판 행진’이 끝났다.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초호황을 누리던 회사채 시장에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 19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60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금리는 연 3% 안팎이었다. 800억원을 모집하는 2년물은 연 2.65~2.85%, 1700억원어치를 예정한 3년물은 연 3.07~3.27%의 금리로 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석 달 전 2000억원 규모의 2년물 회사채 발행에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매수세가 몰려 흥행에 성공한 경험이 자신감을 줬다.
결과는 흥행 실패였다.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모집액에 한참 못 미치는 60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지난 12일엔 같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한진이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1000억원 모집에 ‘사자’는 610억원에 그쳤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건 2018년 9월 두산중공업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어 AJ네트웍스도 모집액(600억원)을 가까스로 넘기는 매수 주문(630억원)을 받는 데 그쳤다. 모두 신용등급이 비우량(BBB+)인 회사들이다.
전문가들은 비우량 회사채 수요를 뒷받침하던 개인투자자들의 태도가 바뀐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채 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업 신용위험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개인들은 증시가 부진한 데다 부동산시장 규제마저 강화되자 고금리 금융상품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연 4~6%대 금리를 주는 BBB급(신용등급 BBB-~BBB+) 회사채 인기도 뛰었다. BBB급 공모 회사채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참여금액/모집금액)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줄곧 1 대 1에도 못 미치다가 2017년(1.42 대 1) 처음으로 1 대 1을 넘겼다. 지난해(2.97 대 1)와 올 상반기(3.91 대 1)에는 경쟁률이 치솟았다.
최근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간판급 기업마저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될 처지에 놓이자 비우량 채권에 점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 들어서만 이마트 LG화학 SK텔레콤 등 7개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44개로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한 증권사 리테일 채권판매 담당자는 “운용자산이 넉넉한 투자자들은 금융지주사 등 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연 3~4%대 영구채(신종자본증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외 기관들의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돼 기업 실적이 더 나빠지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부터 꺾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