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에펠탑 보러 마카오 가자”
파리와 또 다른 파리가 여기 있다. 마카오에서 만난 파리는 ‘엑기스’ 그 자체다. 공항에서 차로 5분 만에 코타이 중심가에 도착했다. 가까워서 좋다. 유명 호텔 브랜드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파리지앵 마카오(The Parisian Macao)는 바로 알아볼 수 있다. 랜드마크다. 파리지앵의 스토리는 화려한 정문에서 시작된다. 1층 심장부에는 청동과 금장으로 꾸며진 거대한 분수대가 자리잡고 있고 천장엔 원형 지붕의 돔, 베르사유 궁전을 콘셉트로 한 프런트데스크가 시선을 압도한다. 엄청난 규모다. 파리지앵 마카오는 2500여 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고 1000여 개 객실에서 에펠탑 조망이 가능하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포시즌 쇼핑몰과 이어져 베네시안 마카오와 코타이 센트럴 쇼핑몰까지 연결된다는 것. 마카오 최대 복합리조트를 보유한 샌드 차이나(Sands China)는 방문객이 번거롭게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각기 다른 콘셉트의 호텔을 구경하고 650여 개의 상점, 150개의 레스토랑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꾸며놨다.
‘View티플’ 파리가 펼쳐진다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설렌다. 침대에 누워 고개만 돌려도 에펠탑이 한눈에 들어오다니…. 커튼을 젖히니 ‘숨멎 주의’. 창밖 야경에 바로 매혹되고 말았다. 변화무쌍한 빛의 공연이다. 화려한 에펠탑 야경을 보며 잠드는 것은 ‘파리지앵’만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이다. 에펠탑은 매일 밤 라이트쇼(light show)를 펼치며 마카오를 밝히는 등대가 된다. 쇼는 매일 오후 6시15분부터 12시까지 이어진다. 파리지앵 마카오의 에펠탑은 38층 높이로 324m인 파리 에펠탑의 딱 절반 크기다. 원본의 반밖에 안 되지만 위엄 있고 충실히 재현했다. 1899년 지어진 에구스타브 에펠의 에펠탑과 116년의 시차가 있다. 에펠탑 전망대에 직접 가봐도 좋다. 호텔과 에펠탑 7층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자물쇠’ 다리를 건너면 37층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마카오 건너 중국 본토까지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엄마와 진짜 파리에 온 것처럼 인생샷을 찍을 기회다. 파리지앵 마카오 에펠탑 6층엔 레스토랑 ‘라 친느’가 있다. 해 질 녘 에펠탑에서 엄마와 함께 만찬을 즐기며 칵테일 한잔을 마시면 완벽한 하루다. “엄마, 오늘밤 라이트쇼가 끝날 때까지 잠들지 말자~.”
갬블시티의 사랑스러운 변신!
“(슬롯머신) 한번 땡기고 와야지.”
마카오 하면 카지노가 떠오른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라고 불리며 갬블시티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호텔마다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데 TV에서 보여주는 담배연기 자욱한 실내에서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타짜들이 모여 한탕을 노리는 도박장과는 거리가 멀다. 낮에 엄마와 쇼핑 삼매경에 빠졌다면 카지노에 잠깐 들러보자. 룰은 몰라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칩을 바꿔 슬롯머신에 도전해도 좋다. 누가 아나, 초짜가 ‘잭팟’을 터뜨리는 행운을 잡을지. 기-승-전-카지노로 끝나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마카오 전역에서는 ‘아트 마카오(Art Macao)’ 전시회가 한창이다.
파리를 즐겼다면 쇼핑몰을 따라 베네시안으로 가보자. 2007년 아시아 최대 규모로 개장한 베네시안 마카오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콘셉트로 지은 호텔이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곤돌라. 실내 운하에서 이탈리아 곤돌라에 승선해보자. 곤돌리어는 느릿느릿 노를 저으며 수준급 세레나데를 뽑아낸다.
하루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마카오 시내 산책도 좋다. 마카오 곳곳에는 포르투갈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세나도 광장의 물결무늬 타일은 리스본의 호시우 광장의 것과 똑같다. 포르투갈 지배를 받았던 마카오의 선명한 낙인이랄까. 성바울 성당, 몬테요새 등 반나절이면 돌아볼 수 있다. 액티비티를 좋아한다면 마카오타워 번지점프나 스카이워크를 추천한다.
유럽 도시를 그대로 옮겨놓는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내년엔 영국 런던을 콘셉트로 한 ‘런더너 마카오’를 론칭한다. 유명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직접 인테리어한 룸도 선보인다니 기대된다. 마음속 낭만이 하나씩 현실로 빚어지는 이곳. 쇼핑, 관광, 미식 모두 만족시켜 주는 마카오에서 엄마와 추억 만들기를 계획한다면 지금 전화하자. “엄마, 우리 마카오 한번 갈까?”
신영하 기자 brabo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