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윤 시인의 새로 쓰는 '섬 택리지'
(37) 전남 보성 장도
오염물질 걸러주고 자연재해 막는 갯벌
서남해안과 섬사람들의 삶은 이 갯벌이 있어서 지속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은 갯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인이 박이게 듣고 있지만 정작 관심은 크지 않다. 농업 생산성의 10배 이상이나 되는 갯벌은 어민들의 생활 터전이다. 갯벌은 어류나 조개류의 산란장이자 서식지이고 양식장이기도 하다. 갯벌에는 내륙의 하천을 따라 내려온 영양염류가 많고 탁한 물빛 때문에 어류들이 포식자를 피해 서식하기 좋다. 4000㎢당 10t의 어류를 길러낼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 갯벌은 또 오염물질을 걸러내주는 정화조 역할을 한다. 갯벌의 가치를 제대로 안다면 갯벌을 매립하는 행위가 얼마나 큰 손실이고 위험천만하며 멍청한 짓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광활한 갈대밭, 물새들의 군무 생태 학습장
뻘배를 타고 꼬막을 캐는 여인들의 모습
장도는 꼬막 섬이다. 꼬막의 대명사인 벌교에서는 전국 꼬막 생산량의 70%가 산출되는데 그중 80%가 장도 인근 갯벌에서 나온다. 벌교읍내 꼬막 전문 식당 30여 곳은 모두 이 갯벌에서 나는 꼬막으로 요리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장도에서는 참꼬막, 새꼬막, 바지락, 게, 맛조개, 낙지 등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짱뚱어의 최대 산지이기도 하다.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피조개)이 있는데 참꼬막은 껍질 표면의 골이 깊고 새꼬막은 골이 얕다. 피꼬막은 대형 종이다. 참꼬막이 새꼬막보다 더 깊고 찰진 맛이 난다. 참꼬막이 값도 두 배 정도 비싸다. 그래서 참꼬막은 제사상에도 오르는 반면 새꼬막은 제사상에 오르지 못한다고 똥고막이란 비칭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구분일 뿐 새꼬막 또한 달고 쫄깃한 맛은 일품이다.
1년 평균 3000t 생산돼 100억원 소득
팔이로 일해야 했다. 일제가 패망하자 일인의 하수인으로 일하던 마름이 주인 노릇을 했다. 긴 싸움 끝에 장도 주민들은 1960년대 후반에야 꼬막 밭의 권리를 되찾았다.
벌교 갯벌에서는 14개 어촌계에서 꼬막 양식을 하는데 1년 평균 3000t이 생산돼 100억원이 넘는 소득이 나온다. 벌교 지역의 꼬막 밭은 개인 소유인 방천과 마을 공동 양식장이 있는데 장도 꼬막 밭은 모두 마을 공동어장이다. 꼬막과 관련한 국가 지원은 마을 공동어장에만 주어진다. 장도 꼬막이 좋은 품질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어장을 살뜰히 지키고 가꿔온 덕이다. 하지만 요즈음 장도 갯벌은 위기에 처해 있다. 꼬막의 폐사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참꼬막은 아주 씨가 말라버릴 지경이다. 주민들은 여수 등 인근 도시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폐사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 노력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갯벌과 꼬막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장도와 벌교 사람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장도가 코끼리 유배지라는 설은 근거 없는 낭설
장도는 조선시대 코끼리의 유배지란 설이 있고 여행기자나 여행작가들 대부분은 별 생각 없이 이를 기사화한다. 하지만 코끼리 유배지설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필자가 그 근거를 밝혀냈다. 조선 태종시대 일본의 왕이 선물한 코끼리가 공조전서 이우를 밟아 죽이자 코끼리를 전라도의 해도(海島)로 귀양 보냈는데 그 해도가 보성 장도란 것이 주장의 요체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당시 코끼리가 귀양 간 곳이 순천부 장도로 나온다. 율촌 산업단지 조성으로 파괴돼 버린 여수의 장도가 당시 순천부 소속이었다.
반면 보성의 장도는 장흥도호부의 낙안군 소속이었다. 당시 낙안군은 현재 순천시의 외서, 낙안, 별량과 보성군의 벌교, 고흥군의 동강, 대서 지역이었다. 심지어 세종실록 기사(121권, 세종 30년 8월 27일)에는 순천부의 섬들과 장흥도호부 낙안군 소속 섬들이 동시에 등장한다. 여기에도 장도는 순천부가 아니라 낙안군 소속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보성의 장도가 순천부 소속이 아니었다는 명확한 증거다. 장도에 코끼리를 방목했다는 구전이 전해지는 무인도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문헌상으로 보성 장도는 코끼리 유배지와 무관하다. 국가 기록으로 낙안군 장도는 순천부 소속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코끼리 유배지 또한 현재의 보성군 장도가 아닌 것이다.
꼬막이 아니더라도 장도의 특산물은 또 있다. 피굴이라는 굴요리다. 피굴은 보성, 고흥 지방의 별미였는데 요즘은 장도 같은 섬이 아니면 좀처럼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이 됐다. 굴을 껍데기째 삶으면 굴 껍데기 안에 국물이 고이는데 그 국물을 흘려버리지 않고 그대로 모아서 식힌 뒤 그 물에 삶은 굴을 담아서 낸 음식이 피굴이다. 깐 알굴에 민물을 부어 끓여내는 굴탕은 삶아지면서 굴 속의 즙이 빠져나가 굴이 약간 퍼석하고 밋밋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피굴은 굴 속의 진액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굴 또한 찰지고 쫄깃하다. 피굴의 국물은 단 한 방울도 남기기 아까운 굴의 엑기스다. 우리 바다 섬들은 맛의 보물섬이기도 하다.
강제윤 시인은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섬 답사 공동체 인문학습원인 섬학교 교장이다. 《당신에게 섬》 《섬택리지》 《통영은 맛있다》 《섬을 걷다》 《바다의 노스텔지어, 파시》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