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사진=한경DB
정선아 /사진=한경DB
"관크여사님, 영화관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정선아가 극장에서 '라이온 킹'을 봤다. 영화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디즈니 사랑으로 가득한 일상을 공유했다. 그런데 의도와 달리 '민폐 관람'을 스스로 인증한 꼴이 됐다. 17년 차 뮤지컬 배우인 그의 해명은 "무지했다"였다.

정선아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중국에서 두 번째 영화 관람. 어쩌다 보니 모두 다 디즈니. 디즈니는 사랑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 담긴 것은 다름 아닌 '라이온 킹'의 한 장면. 영화관 안에서 관람 중 찍은 것이었다.

'라이온 킹' 관람을 인증하며 디즈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고자 한 그였지만 사랑하는 방식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 영화관 내 상영물 촬영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이자 동시에 타인의 관람에 방해가 되는 행동이기 때문. 작품은 물론 같은 공간에서 영화를 본 이들에게 쌍으로 '민폐'를 끼쳤다. 자연스레 비난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정선아는 황급히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더 거세졌다. 정선아의 과거 뮤지컬 비매너 관람 태도까지 재조명됐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정선아의 별명은 '관크여사', '정관크'.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정선아에게 이 같은 별명이 붙여진 이유는 그간 지속돼 온 미성숙한 관람 태도 때문이다.

앞서 정선아는 2011년 뮤지컬 '거미여인의 키스'를 관람하러 가서 큰 소리로 "귀엽다", "어떡해" 등의 발언을 하는가 하면 소리까지 질러 문제가 됐다. 당시 공연 후기에는 정선아의 행동을 지적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이후에도 정선아는 공연을 관람하면서 큰소리로 웃고 지나친 리액션으로 다른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해 '관크' 수식어를 떼어내지 못했다.
정선아 /사진=인스타그램
정선아 /사진=인스타그램
관람 태도에 대한 지적을 가볍게 여긴 탓일까. 아니면 '관크여사' 별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이번에는 공연장이 아닌 영화관에 가서 민폐 행동을 했다.

결국 정선아는 SNS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저작권에 대한 경솔한 판단으로 스크린 마지막의 한 장면을 캡처해 올렸다. 소중한 작품에 부정 이슈를 드린 점 반성하고 있다"면서 "저의 무지함으로 인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저작권에 대한 판단이 경솔했다며 자신의 무지함을 거론한 정선아의 사과는 보는 이들을 부끄럽게 했다.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해 17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는 업계 톱의 자리에 위치한 관록 있는 배우다. 저작권 문제에 유독 민감한 공연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정선아가 이 같은 일반적 수준의 상식을 몰랐다는 것은 그만큼 신중함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뮤지컬계에서도 저작권은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다. 사안에 따라 공연 내용은 물론, 무대 세트, 심지어는 커튼콜까지 촬영이 불가한 경우도 있다. 공연 관계자들은 대관이 확정되면 이후 운영 회의를 통해 사진 촬영, 녹음 등의 제한 범위를 두고 논의 과정을 거친다. 촬영 사진이나 녹음분을 단순히 삭제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연 진행에 피해가 가거나 타 관객에 방해가 되는 정도의 반복이 이루어지는 경우 퇴장 권유가 불가피하기도 하다. 이는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벌어지는 갈등이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불법 촬영은 저작권 이슈가 수반되기 때문에 정말 민감한 부분 중 하나다. 촬영 장비나 방법 등도 육안으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져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스태프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촬영한 영상물을 재빠르게 공유하는 일도 다반사"라면서 "무대 위 배우들이 촬영 사실을 인지하고 이야기하거나 주변 관객들이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전방위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우나 스태프들이 먼저 저작권 및 초상권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예술계 현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로부터 이런 부정적 사례가 나오면 영화든 공연이든 올바른 관람 문화 정착에 대한 관객들의 경각심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