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일가 마약연루 의혹 영상 조작 혐의…야권 "정치탄압" 반박

필리핀 경찰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등 야권 인사들을 폭동 선동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해 정치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필리핀 경찰, '대통령 정적' 부통령 등 야권 인사 고발
19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전날 로브레도 부통령 등이 대규모 시위를 부추겨 두테르테 대통령을 퇴진시킬 목적으로 대통령 일가와 행정부에 대한 가짜 정보를 퍼트리려고 한 혐의가 있다며 고발했다.

로브레도 부통령과 전·현직 야당 상원의원, 천주교 주교, 인권 변호사, 대학 총장, 시민단체 대표 등 35명이 고발됐다.

이는 올해 5월 치러진 중간선거를 앞두고 두테르테 대통령 일가와 측근이 마약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영상 '진짜 마약 리스트'가 유포된 것과 관련된 사건이다.

이 영상에서 의혹을 제기한 어드빈쿨라라는 인물이 중간선거에서 두테르테 대통령 측이 압승하자 "영상 내용이 거짓"이라며 야권과 공모했다고 전혀 다른 주장을 편 것이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용의자를 재판 없이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 문제와 여성 비하 발언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중간선거에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메나르도 게바라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 수사단을 구성해 이르면 다음 주부터 피고발인을 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에서 부통령은 면책특권이 없다.

이에 대해 로브레도 부통령의 대변인인 배리 구티에레즈는 "어드빈쿨라의 주장에 근거한 혐의라면 사실무근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야권 성향인 '국민의 변호사 협회'도 "법률 시스템을 강력한 무기로 이용한 정치적 박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