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교수, 언론진흥재단 주최 포럼서 日경제보복 배경 진단
남기정 교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日태도, 내정간섭·국제법 위반"
이원덕 교수, 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ICJ 공동제소 방안 등 제시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보복 조치에 내포된 일본의 의도와 관련, "한국 산업을 견제할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상시적 '통상무기'를 이번 기회에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KPF) 주최로 열린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일관계' 포럼에서 일본이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교역과 관련한 절차상 편의를 제공하는 우방국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2차 조치로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 중국 통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미국 통상법 체계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그런 권한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일본은 한국에 대해 그런 무기를 갖고 싶어도 그런 것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앞으로 다양한 수출 품목을 언제든 심사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수출을 금지시킬 수 있게 된다며 "언제든 한국을 칠 수 있는 '통상 무기'를 장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제를 맡은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는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치로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수소 경제'를 타깃 삼아 수소 경제에 필요한 탄소섬유의 대한국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인공지능(AI), 로봇, 우주산업 등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방안, 태양광 산업과 관련해 일본이 한국산 제품의 대일 수출 장벽을 높이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남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한국의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며 일본의 조치에 대한 국제 여론전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 보복 조치와 연결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실질적 이행 방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역할을 하는 방향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기금을 만드는 새로운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남 교수는 한국 정부의 역할론과 관련, "작년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대한민국이 1948년 신생국가로 건국됐다는 '단절론'을 배제하고 있는데, 그 판결을 존중한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하에서 발생한 국민들 손해를 배상할 책임의 일부는 대한민국 정부에 귀속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제동원 피해자 구제를 한국 정부 책임 하에 실시하는 것이야말로 임시정부 수립으로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져 단절된 적 없는 우리 법통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일 기업들의 출연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에 더해 한국 정부가 특별법 입법 등을 통해 구제 조치를 하는 이른바 '2+1'(한일 기업+한국 정부)을 '옵션 A'로 제안했다.

이 교수는 "한국 정부가 역할을 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자 구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2007년 우리 정부가 특별법 입법을 통해 강제징용 사망자, 부상자, 생환자로 나눠 총 6천800억 원을 지급했는데, 당시 지원을 받은 분들과의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옵션B'로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투는 것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논리적으로는 (일본의 보복성 조치에 따른 현재의 한일갈등은) 우리 대법원 판결과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간 불일치로 생긴 상황으로 이해하며, 전쟁을 하지 않는 한 평화적 해결은 제3자에게 가져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일이 ICJ에 공동제소하면 한일간의 대립을 휴전상태로 선반위에 올려 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판결까지 대략 4년의 시간을 벌 수 있는데, 그동안 일본기업(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기업)의 한국내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를 중단할 수 있고 일본도 보복조치를 철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일본 담당 과장 출신인 유의상 식민과냉전연구회 이사는 "제3자 참여 중재위 구성에 응해야 한다고 본다"며 "중재위 구성에 응할 경우 실질적으로 중재위를 구성하기까지 양국 자료의 번역 등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그동안 어떤 해결이 가능한지 연구하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日보복, 韓산업생태계 흔들 '통상무기' 확보 의도"
/연합뉴스